마켓인사이트 5월31일 오후 4시50분

[마켓인사이트] 삼성생명·화재, 1.3兆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 흥행 대박
삼성생명삼성화재가 금산분리법을 준수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주식 총 2700만 주(지분율 0.43%)를 주식시장에서 매각해 1조3163억원을 현금화했다. 삼성전자의 전날 종가(4만9500원)보다 1.5% 할인한 4만8750원에 전량을 파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할인율은 거래 규모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는 한국에서는 2010년 이후, 아시아·태평양에서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날 개장 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2298만 주(지분율 0.38%)와 402만 주(0.06%) 등 총 2700만 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본지 5월31일자 A1, 14면 참조

아·태 지역 기관투자가가 매각 주식의 61%를, 미국과 유럽 기관투자가가 각각 26%와 13%를 사들였다. 45일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조건이 붙었다. 매각주관사를 맡은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투자자 모집에 나설 때만 해도 최대 2.4%의 할인율을 제시했지만 해외 기관투자가에게 인기가 높아 할인율이 낮아졌다. 할인율이 2.4%에서 1.5%로 떨어지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122억원을 더 벌어들였다.

할인율은 블록딜에 나선 매각주관사가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매각 가격을 일부 깎아주는 것이다. 할인율이 낮을수록 회사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많아진다. 그러나 매각 규모가 클수록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발 글로벌 금융불안 등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움츠러든 상황에서도 블록딜이 성공한 것은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블록딜 성공으로 추가 물량 부담이 줄어든 덕분에 삼성전자 주가도 반등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200원(2.42%) 오른 5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판 것은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계획에 따라 금융계열사 보유 지분이 10%를 초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블록딜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줄여나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청년 창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이 국제회계기준이나 신지급여력제도, 금융그룹통합감독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