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두 여자아이가 욕조 안에서 바다코끼리를 목욕시키고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다코끼리 등을 솔로 닦고 있다.

다소 엉뚱한 상황의 이 장면은 스위스 사진가 존 빌헬름의 작품인데, 실제는 아니고 정교하게 컴퓨터로 합성한 것이다. 빌헬름은 네 자녀를 모델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기발한 상상력에 컴퓨터 기술을 더해, 아이들이 생쥐가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거나 거대한 나뭇잎을 타고 바다를 떠다니는 등 기상천외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낸 뒤 그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을 시각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예술이 꼭 거창한 철학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작업도 예술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6월6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