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기업인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 자회사가 채권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관련 채권을 바탕으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갖고 있는 국내 증권사에 비상이 걸렸다. 손실로 처리하면 2분기부터 해당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의 역외 자회사(CERCG오버시즈캐피털)가 발행하고 CERCG가 지급 보증한 달러화 채권(3억5000만달러 규모) 원금 상환이 만기일(11일)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CERCG가 보증한 다른 채권까지 ‘크로스디폴트(동반 부도)’가 발생했고, 해당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ABCP에 불똥이 튀었다.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십이차는 지난 8일 CERCG가 보증한 달러화 채권(1억5000만달러)을 기초자산으로 16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발행 당시 나이스신용평가가 높은 등급(A20)을 부여하면서 상당수 증권사가 투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이 ABCP를 보유 중이다.

ABCP 만기는 오는 11월8일이지만, 적기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해당 증권사는 ‘좌불안석’이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 3일 만에 디폴트(부도)가 나 몹시 당황스럽다”며 “발행 주관사 등과 협의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금정제십이차의 자산관리자인 한화투자증권이 CERCG와 채무조정, 담보설정 등 협의를 통해 회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한 증권사들은 올 2분기 상당 규모의 손실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불완전 판매를 둘러싼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관사가 기초자산을 인수하고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만든 계약서에 리스크(위험) 관련 내용이 들어갔는지, 투자자가 이를 충분히 인지했는지 등이 문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증권사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