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낮추기로 한 건 지난달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고를 계기로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사고가 없는 주식을 파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 형태로 발생하면서 “공매도를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가격발견 기능과 시장 효율성 등을 감안할 때 폐지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외국인, 기관에 비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구조를 완화하는 방안을 후속 조치로 내놨다.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평평해질까
◆개인 공매도 129억원 불과

지금도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기관들은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리는 반면 개인들은 신용대주를 통해 공매도할 수 있다. 하지만 공매도 가능 종목이 별로 없고, 수수료도 비싸 활성화되지 못했다.

개인 신용대주 잔액이 129억원(지난 24일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현실을 말해준다. 기관의 대차거래 잔액 79조3543억원과 비교된다. 개인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는 한국증권금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증권금융이 증권사를 통해 주식담보 대출업무를 한다. 지난해 6월 개인에게 주식 대여를 동의받은 종목에 한해서만 대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대여가능 종목이 큰 폭으로 줄었다. 2016년 9월에는 726개 종목(1363만 주)에 달했지만 올해 4월 말엔 95개 종목(205만 주)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위는 우선 증권금융의 대여 가능 주식을 선정하고 배분하는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100계좌 이상의 동의를 받은 종목만 대여할 수 있는데 이 기준을 70계좌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증권사 등 기관이 확보한 물량도 개인에게 빌려주는 방안을 마련한다. 개인 대주서비스의 수수료 하향 조정도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증권금융을 중심으로 공매도 가능 종목을 늘리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는 개인 신용대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 등 다섯 곳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은 개인 대주서비스가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고 자칫 평판 리스크에 엮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며 “이번 금융위 대책도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규제 위반하면 형사 처벌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공매도 관련 규제 위반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된다. 공매도 규제 위반 시 형사처벌할 근거 조항이 이르면 하반기에 신설된다. 미국은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뒤 결제하지 않으면 500만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 등 무거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은 형사처벌 근거가 없다.

현행 최대 1억원 이하인 과태료 부과 기준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불법적인 공매도로 얻은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금전적 제재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공매도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경우는 고의가 없고 실수라 해도 중과실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시장거래가격 밑으로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업틱룰’을 위반하는 등 공매도와 관련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고 공매도를 활용해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행위를 ‘시장질서 교란행위’ 유형에 명시적으로 포함할 방침이다. 시장질서교란 행위자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최대 1.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금융위는 또 ‘공매도 전담 조사반’을 신설하기로 했다. 전담반은 공매도 주문·수탁의 적정성 등을 중점 조사하고, 차입 공매도 관련 확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증권사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조진형/하수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