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독일 티센크루프와 미국 아테나헬스 등 국적을 불문한 채 전선을 넓히고 있다.

전선 넓히는 엘리엇 … 지분 9%로 伊 최대통신사 장악
엘리엇은 지난 24일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아테나헬스 경영진에게 “주주들이 우리의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며 경영권 매각을 촉구했다. 지난 7일 아테나헬스 경영진에게 회사 주식을 주당 160달러에 넘기라고 제안한 데 이어 재차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지난해 초 이 회사 지분 9.2%를 확보한 뒤 “회사 실적이 7년 동안 정체됐거나 나빠졌다”며 “회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등 경영 쇄신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달 들어선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엘리엇은 아테나헬스에 경영권 매각을 촉구한 24일 독일 티센크루프 주식도 상당 수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확보한 지분 규모는 3% 미만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티센크루프의 경영 체계에 개선 여지가 많다”며 “조만간 경영진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엘리엇이 티센크루프 철강사업부의 기업공개(IPO)와 나머지 소재사업부 매각을 요구할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업계 예상이다.

지난 4일에는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인 텔레콤이탈리아(TIM)의 이사회 장악에 성공했다. 당일 열린 TIM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거쳐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10석을 확보했다. TIM 지분이 8.8%에 불과한 엘리엇이 지분 24.9%를 보유한 대주주인 프랑스 엔터테인먼트 기업 비방디를 제압하고 경영권을 쥐었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 등을 상대로 여론몰이에 성공한 결과다. 엘리엇은 올해 초 TIM 지분 3%가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이후 경영진의 약점을 공략해 승전고를 울렸다.

엘리엇은 이처럼 적은 지분을 사들인 뒤 여론몰이를 통해 요구를 관철시키는 늑대무리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등 갈수록 투자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