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롯데시네마] 영화관에서 영화만?… 먹고 마시고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
한국 영화 관람객은 2013년 2억 명을 넘어선 뒤 본격적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작년 국내 박스오피스는 관람객 기준 전년 대비 1.3% 성장하는 데 그쳤다.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4.2회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람객이라는 Q의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티켓 가격이라는 P를 상승시켜 매출 성장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1위 극장 사업자인 CJ CGV가 지난 4월 영화표 1000원 인상을 단행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연이어 인상을 결정했다.

티켓 가격 인상 효과와 함께 마블 히어로물의 대거 개봉으로 올해 2분기 평균 티켓 판매가격(ATP)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마블 히어로물은 IMAX, 3D, 4D 등 티켓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특화관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관객은 1000만 명을 넘었다. 5월 ‘데드풀2’ 개봉, 6월 ‘앤트맨과 와스프’ 개봉으로 마블 히어로물의 관객 몰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엑스맨: 다크피닉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연결되는 ‘캡틴마블’, ‘스파이더맨 홈커밍 시퀄’ 등 마블 히어로물이 연이어 개봉할 예정이다. 마블 히어로물은 단순 영화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 브랜드로서 흥행 비즈니스인 영화산업의 숙명인 흥행 불확실성을 낮춰주고 안정적으로 영화 관람객을 확보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마블 히어로물이 선전하는 반면 한국 영화의 성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군함도’ ‘남한산성’ 등의 대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관람객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한국 영화 관람객 감소의 주요 원인은 천편일률적인 소재와 장르로 분석된다. 한국영화 콘텐츠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영화 콘텐츠의 식상함과 더불어 핵심 관객층인 2030세대의 영화 관람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2030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하다. 주문형 비디오(VOD),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해 ‘옥자’를 극장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 콘텐츠로 OTT 플랫폼에 개봉해 영화관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2030세대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콘텐츠 소비만을 위해 영화관을 찾아가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이에 극장 사업자는 영화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를 확대하고 있다. 영화관을 단순히 영화를 보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고 힐링 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CJ CGV,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자는 먹고, 마시고, 휴식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생맥주나 와인 등을 마시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고, 호텔 스위트룸 서비스를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추세다. 영화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영화관 수요 감소를 상쇄하고 ATP 상승을 꾀하고 있다.

저성장을 탈피할 또 하나의 방법은 해외 진출이다. 국내는 스크린당 관객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어 더 이상 영화관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지난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사이트 확대 정책을 펼쳤지만 사이트 확대가 유발하는 매출 기여는 상당히 적었던 반면 임차료, 인건비의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 시점에서 국내에서는 사이트 확대보다는 기존 사이트의 차별성 확대 및 무인화, 자동화 등의 인력 효율화로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이트를 확대하는 게 긍정적이다.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아직 적어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시네마는 베트남과 중국에 진출해 베트남에서 33개, 중국에서 12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신성장 동력 확보와 더불어 지역 다각화로 각국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중국과 베트남 지역 모두 소득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고, 중국 영화 시장은 2년 내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돼 중국과 베트남 사업은 외형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