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큰손’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이 쏟아지고 있다. 헤지펀드가 활성화된 2016년부터 발행 규모가 한 해 3조원 안팎으로 커졌고, 정부가 코스닥벤처펀드를 띄운 올 들어선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팽창했다. CB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을 말한다. 지난 2년5개월 새 코스닥에서만 약 9조원어치가 발행되면서 CB의 주식 전환에 따른 ‘매물 폭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 CB발행 과열… '매물 폭탄' 주의보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상장사 발행 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발행된 CB 규모는 2조2842억원(22일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1661억원)보다 95.88% 급증했다. 발행 건수도 139건에서 212건으로 52.51% 늘었다. 헤지펀드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올해 5월까지의 발행 규모는 8조6137억원(997건)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284조3420억원)의 3% 수준이다.

CB는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는 데다 주가 상승 시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큰손 투자자에게 저위험 고수익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발행되는 CB 대부분은 사모펀드가 빨아들이고 있다.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약 50%를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운용 중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회사에 자금이 필요 없는데도 CB를 발행해달라는 요청이 곳곳에서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 임원은 “CB는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격이 낮아지는 구조여서 주가 변동성이 큰 기업에도 투자금이 몰린다”며 “큰손들이 투자한 CB는 주식으로 바뀔 여지가 많아 소액주주들은 매물 폭탄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