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3일 오후 3시50분

SK텔레콤이 5년 전 발행한 영구채(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어치를 조기 상환하고 같은 조건의 영구채를 새로 발행키로 했다. 자본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채권금리 상승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늘릴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마켓인사이트] SKT, 4000억 영구채 상환 후 재발행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다음달 7일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60년 만기 영구채 4000억원어치를 차환하기로 했다. 차환은 새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상환하는 것이다. 2013년 6월 발행한 영구채를 갚고, 똑같은 조건으로 새 영구채를 찍을 계획이다.

새로 찍을 영구채도 기존처럼 발행한 지 5년 뒤부터 SK텔레콤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아직 발행금리와 금리상승 조건 등 세부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이 채권 발행실무를 맡고 있다.

IB업계에선 SK텔레콤이 글로벌 신용등급을 지키기 위해 영구채 차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이 영구채를 조기 상환하면 현재 연 4.21%인 발행금리가 향후 5년 간격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아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 규모가 줄어든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기존 영구채를 갚고 같은 조건으로 재발행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최근 보안업체 ADT캡스 인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무디스는 지난 10일 ADT캡스 인수 부담을 거론하면서 SK텔레콤의 신용등급(A3)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기업들의 영구채 조기 상환이 줄을 이으면서 ‘영구채는 5년 만기 고금리 채권’이라는 인식이 채권시장에서 퍼지고 있다. 영구채는 발행회사가 청산하면 원리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금리가 높다.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금리가 높아지는 조건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