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업계에 K뷰티 바람이 불고 있다. ‘카버코리아’ ‘스타일난다’ 등 대박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면서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가 ‘AHC’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국내 화장품업체 카버코리아를 3조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하자 국내 투자업계는 술렁였다. 베인캐피털컨소시엄이 카버코리아에 4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65%를 확보한 지 1년여 만에 1조5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프랑스 로레알도 올 3월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로 잘 알려진 패션 및 메이크업회사 ‘난다’를 약 6000억원에 사들였다. 로레알은 2년 전 난다가 매물로 나왔을 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난다가 메이크업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필두로 한 화장품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자 마음을 바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카버코리아와 난다의 사례는 K뷰티 산업 경쟁력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유니레버와 로레알 모두 한국 회사를 아시아 시장 확대의 전진기지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캐피털업계는 2년간 1200억원을 뷰티 유망주에 투자했다. 스마일케이트가 2016년에 이어 지난해 310억원을 화장품 통합서비스 플랫폼기업 CTK코스메틱스에 투자해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CTK와 스마일게이트는 공동으로 화장품업체에만 집중 투자하는 200억원 규모의 ‘씨티케이 스마일게이트 글로벌 파트너십 PEF’도 조성했다.

사모펀드(PEF) 운용회사들도 유망주 발굴에 나섰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가 최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주연배우 정해인 씨를 모델로 기용한 화장품 브랜드 듀이트리의 지분 절반을 350억원에 사들였다. 이스트브릿지는 ‘뽑아 쓰는 마스크팩’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마스크팩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번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대표 사모펀드인 IMM PE도 2016년 브랜드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시 지분 25.5%를 1882억원에 인수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IMM PE는 국내 1호 브랜드숍을 열어 중저가 화장품 바람을 몰고온 회사의 독특한 시장 지위를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잉투자 논란과 사드 갈등 여파로 한동안 주춤하던 화장품업계 투자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라며 “옥석 가리기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