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분양 호조, 남북경협 기대감… 건설株 뜨는 이유
국내 건설사는 수년간 주택시장에서의 호황을 겪으며 일감에 대한 고민을 잠시나마 덜 수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 강화로 국내 주택시장에서 기대할 것이 점차 줄고 있다. 수주잔고를 충분히 확보한 실력을 갖춘 기업을 찾는 ‘옥석 가리기’에 나설 때다.

주요 건설사의 1분기 실적은 양호했다. GS건설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무려 네 배에 가까운 38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대림산업과 대우건설도 컨센서스를 각각 85.6%, 31.8% 넘어선 영업이익을 올리며 뛰어난 실적을 나타냈다.

건설사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뛰어넘은 이유는 그 동안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해외 저마진 프로젝트에 대한 장부 반영이 대부분 끝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부문에서의 대규모 손실이 없다면 이 정도 이익은 충분히 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의 이익 창출력이 되살아 난 것은 국내 주택시장 경기의 호조 덕분이다. 2014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택 공급도 매우 활발히 이뤄졌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아파트 분양공급 규모는 평균 26만가구 규모였다. 그러나 2015년에는 그 두 배에 달하는 52만가구의 분양공급이 이뤄졌다.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45만가구, 33만가구로 높은 수준의 공급이 지속됐다. 올해 연말까지도 약 50만가구의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재건축 및 재개발 물량이 2017년 7만가구에서 2018년 17만가구로 크게 늘어나 주택시장 호조를 견인하고 있다.

주택경기 호조는 곧 국내 건설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과거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공급이 이뤄진 만큼 국내 건축부문(주택 포함)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국내 건축부문 매출 비중은 약 25~30%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그 비중이 평균 54%까지 커졌다. 2018년에도 예상 공급물량인 50만가구의 분양도 별 무리 없이 시장에서 소화될 전망이다. 2020년까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주택 부문 매출이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주택 부문은 다른 공종(공사의 종류)에 비해 마진율이 높다. 이익개선 효과가 크다. 해외 건설부문이나 국내 토목사업에선 매출총이익률이 10%를 넘어서기 쉽지 않다. 적자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건설사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주택사업은 이와 다르다. 도급공사의 매출총이익률은 10%. 건설사가 직접 벌이는 사업에선 20%가 넘는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건설업체의 주가는 주택 공급 증가, 주택 가격 상승, 주택 매매량 증가가 동시에 이뤄질 때 상승 탄력을 받는다. 이런 면에서 최근 건설사들의 주택 부문의 실적 개선이 건설사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작년 6월 이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량이 추가로 늘어날 여력도 없다. 집값 추가 상승폭도 제한적이다. 이미 분양 공급된 아파트가 적지 않은 가운데, 가계 대출에 대한 억제책 등이 발표됨에 따라 주택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년간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아파트 공급량을 늘려왔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이 완화하면서 분양가의 추가적인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당장 하반기 건설업종 전반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주택 부문의 높은 실적세가 지속될 것이고, 해외 부문에서의 이익 안정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발주시장의 여건이 점차 나아지고 있어 해외 수주 성과가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익에 반영될 전망이다.

특히 대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게 건설주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철도, 도로 인프라 사업역량을 갖춘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호전됐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당장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언급했던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프로젝트가 발주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한반도 통합철도망 프로젝트가 가시화한다면 수십조원의 새 먹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개성~평양~신의주 구간의 건설단가는 7조9000억원, 고성~원산~두만강 구간은 14조8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국내 건설사의 수주잔고 감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신규 수주 확보 능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