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vs 삼바 '분식혐의' 놓고 장내 격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가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회계분식’ 혐의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다. 감리위를 하루 앞두고 전체 감리위원 명단이 시장에 공개돼 파장이 일면서 험난한 심의 과정을 예고했다.

2015년 말 당시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의 정당성을 설득해야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고의적 분식을 입증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이 ‘벼랑 끝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증선위 최종 의결까진 한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성 잡음 속 첫 감리위 개최

금융위는 16일 일부 언론을 통해 감리위원 전체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17일 감리위를 정상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회사 측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감리위원들을 비공식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감리위원 개개인의 윤리의식과 소명감을 바탕으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감리위 개최를 앞두고 잡음이 확산됐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감리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음에도 감리위원 전원의 실명이 새버렸다.

회의에 참석하는 감리위원 8명은 금감원의 조치안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소명을 듣고 문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선 김태한 사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이 총출동해 방어에 나선다.

금감원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스모킹건(핵심 증거)’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감리위는 이달에 한두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8명의 감리위원은 모든 회의를 마치고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으로 나눠 증선위에 전달한다. 감리위 의견은 증선위 결정의 참조사항이지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선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복잡한 회계 문제를 다루는 만큼 회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감리위 의견이 다른 사건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정지 우려…외국인은 추가 매수

금융위는 가급적 이달에 감리위를 마친 뒤 내달 7일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증선위 최종 결정까진 앞으로 한 달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시장은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증선위 의결이 금감원 조치안대로 ‘중징계’로 결정되면 큰 충격이 우려된다.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액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기자본 2.5% 이상이면 거래를 정지시킨 뒤 15거래일 이내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한 운용사 대표는 “상장폐지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거래정지만으로도 큰 악재이자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증선위 결과가 금감원 조치안대로 결정되면 기업회계 정보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외국인들은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담고 있다. 이틀 연속 4만 주 이상씩 순매수하면서 연일 주가 반등을 이끌고 있다. 이날 주가는 6.56% 오른 41만4000원에 마감했다. 금감원의 ‘고의적 분식회계’ 조치로 17.21% 급락한 지난 2일 주가(40만4000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조진형/전예진/김진성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