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극심한 ‘지주사 소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정책과 기업의 책임경영 강화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지만, 알짜 사업은 사업회사로 넘기고 지주사가 나머지 실적이 부진한 자회사들을 떠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주사에 투자할 때는 어떤 계열사를 밑에 두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2017년 이후 지금까지 16개 상장사가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재상장 또는 변경상장 후 분할한 사업회사보다 주가가 더 오른 지주사는 4개에 불과했다. 주가 등락률로 보면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16개 지주사는 재상장일 시초가 대비 평균 26.8%(11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20개 사업회사는 이 기간 평균 2.6% 떨어지는 데 그쳤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1월11일 이후 31.4% 상승했지만, 지주회사인 BGF는 68.1% 하락해 가장 차이가 컸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전 매출의 98%와 영업이익의 96%가 편의점 사업에서 발생했다”며 “BGF는 분할 후 로열티와 자회사 배당 외엔 특별한 수익원이 없어 시장의 관심이 사업회사인 BGF리테일로만 쏠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주사 전환했는데… 증시서 '찬밥 대우' 왜?
사업회사 이녹스첨단소재도 지난해 7월 분할 상장 후 0.7% 올랐지만 지주회사 이녹스는 61.3% 내렸다. 전망이 밝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소재 사업은 이녹스첨단소재로 분리되고, 적자회사인 알톤스포츠가 이녹스 자회사로 남은 탓이다. 이녹스는 이녹스첨단소재를 25% 가진 최대주주지만 지난해 213억원 순손실을 낸 알톤스포츠 지분도 47% 보유하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녹스첨단소재는 적자사업부인 알톤스포츠를 분리하고 본업인 소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상대적으로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 정상화 기대 등에 오리온은 지난해 7월 재상장 이후 53.3% 올랐지만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37.1% 떨어졌다. 건설사 메가마크와 하이랜드디앤씨, 영화관 쇼박스, 생수사업 제주용암수 등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게 오리온홀딩스의 발목을 잡았다.

지주사의 주가 상승률이 사업회사보다 높은 곳들도 있다. 지주사 자체가 알짜사업을 갖고 있는 경우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분할 후 재상장한 작년 5월 이후 6.2% 올랐다. 분할된 사업회사 중 현대건설기계는 같은 기간 57.3% 올랐지만 현대일렉트릭은 33.7%, 현대중공업은 14.6% 내렸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자체 사업인 로봇 사업에 더해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올 하반기 상장 예정이고, 현대글로벌서비스와 로봇사업부도 육성 후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자회사 가치가 재평가받으면서 지주사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순수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경우보다 사업지주회사와 사업회사 혹은 사업 부문 분할을 통해 여러 개의 사업회사로 분할할 때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늘어나는 등 대체로 성적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