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9일 오전 4시38분

삼표그룹이 오너 일가 3세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이 지배하는 관계회사에 매년 수천억원대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정 사장은 나날이 성장해가는 ‘개인회사’를 지렛대 삼아 그룹 지주사인 삼표 지분을 확대해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인사이트] 삼표기초소재 몸집 불려 그룹 승계 작업 '가속도'
◆삼표기초소재·네비엔, 승계 ‘지렛대’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사장이 지분 78.98%를 보유한 골재(모래·자갈 등) 생산업체인 삼표기초소재는 지난해 매출 2281억원, 영업이익 397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0.8%, 영업이익은 250.7% 늘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매출의 53.9%(1231억원)는 삼표 삼표시멘트 등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삼표기초소재는 잇단 흡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회사 전신인 (주)신대원은 지난해 1월 골재업체인 삼표기초소재를 흡수합병했다. 올 3월에는 계열사인 남동레미콘을 흡수합병했다.

정 사장이 지분 70.0%를 가진 철스크랩(폐철) 수집·가공 업체 네비엔도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네비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4.5% 증가한 2535억원, 영업이익은 71.5% 늘어난 151억원을 기록했다. 네비엔도 2010년 삼표 계열사인 삼표피앤씨의 철근·콘크리트 사업부, 2014년 정 사장이 최대주주인 삼표건설을 흡수합병했다. 네비엔의 내부거래 비중은 삼표기초소재보다 높다. 지난해 매출의 72.9%(1850억원)를 계열사 내부거래로 올렸다.

◆잇단 현물출자로 삼표 승계 가능성

삼표그룹은 고(故) 정인욱 창업주가 1966년 설립했으며 그의 차남인 정도원 회장이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그룹은 삼표를 중심으로 삼표산업(레미콘, 골재), 삼표시멘트(시멘트), 삼표레일웨이(철도), 삼표피앤씨(콘크리트) 등 10개 계열사로 구성됐다. 지난해 그룹 총매출은 2조원에 육박한다. 지주사인 삼표는 정 회장이 81.90%, 정 사장이 14.07%를 보유하고 있다.

삼표기초소재, 네비엔이 내부거래로 급성장하면서 정 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정 사장은 두 회사의 지난해 사업연도 결산 때 42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정 사장이 직접 소유한 관계회사를 삼표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에도 삼표기초소재의 물류사업 부문을 분할해 삼표에 현물출자하는 대가로 삼표 지분을 14.9%까지 늘렸다. 앞으로 정 사장이 삼표에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을 현물출자해 삼표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