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협정 탈퇴에 '난기류' 만난 한국 증시

외국인 코스피서 2248억 순매도
대림산업·현대重·한전 등 약세

걸프전 등 과거 중동 위기 때
에너지·화학·산업재株 '타격'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모처럼의 호재를 만난 국내 증시에 다시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에너지와 소재·산업재 관련주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전력株 '먹구름'… 정유·화학株도 '긴장'

◆“유가 오르면 관련주 어김없이 하락”

코스피지수는 9일 5.83포인트(-0.24%) 내린 2443.98에 마감했다. 기관이 2279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외국인(-2248억원)과 개인(-384억원)이 대거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하락세는 건설과 조선, 유틸리티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대림산업(84,600 -2.42%)(-1.91%) 현대건설(34,150 -1.73%)(-1.11%) 등 건설주와 현대중공업(86,500 -0.69%)(-1.97%) 삼성중공업(5,390 -0.92%)(-1.66%) 등 조선주가 1% 이상 떨어졌다. 포스코(-2.37%) 등 철강주와 한국전력(19,200 0.00%)(-2.86%) 등 유틸리티 종목은 하락폭이 더 컸다.

이들은 유가 움직임과 관련이 깊은 종목이란 공통점이 있다. 올 들어 미국이 핵협정 탈퇴를 공언한 뒤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 7일에는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두바이유, 브렌트유 가격이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역사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 에너지 등 관련주에 악영향을 미쳤다. SK증권이 △1990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 △2008년 대(對)이란 핵 제재 △2011년 리비아 사태 등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에너지와 소재·산업재 등의 업종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 하락폭이 코스피지수 하락폭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관련 사태 발생 2주 동안 평균 7.6% 하락한 데 비해 건설은 16.5% 떨어졌다. 정유(-13.2%)와 조선(-10.6%), 화학(-10.2%) 등도 하락폭이 컸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건설은 중동지역 수주 감소에 대한 우려, 정유·화학은 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우려가 작용해 하락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북·미 대화로 불똥 튈까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단순히 유가 민감도가 높은 업종뿐 아니라 국내 증시 전반에 부정적 심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강경 기조가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북·미 대화에서도 이런 ‘난기류’가 형성되면 남북경협 기대에 들떴던 증시가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었던 만큼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제재 전면 시행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에 그동안 협상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탈퇴 선언 직후 국제 유가가 하락 반전했다. 이 영향으로 LG화학(670,000 +4.36%)(2.72%) GS(2.16%) SK이노베이션(159,000 +20.45%)(1.0%) 등은 이날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유가가 다시 급등세를 이어가면 정유·화학주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유업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제외한 값)은 작년 9월 배럴당 9.1달러에서 지난달 6.1달러까지 낮아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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