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처리 두고…의견 엇갈리는 금융위·금감원
삼성증권의 112조원 '유령주식' 거래 사건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사태에 대해 배당 착오로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회사 직원들이 고의성을 가지고 주식을 팔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8일 금감원은 지난달 삼성증권의 이른바 배당 사고 당시 이 회사 직원 21명이 잘못 들어온 주식인 줄 알면서도 시장에 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들을 업무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6일 총 22명의 직원이 주식 거래를 시도했으며 1208만주의 매도 주문을 냈다. 그 가운데 16명의 501만주가 체결됐다.

금감원 측은 22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21명이 고의성을 가지고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 21명은 여러 차례 분할 매도 주문을 하거나 주식 매도 후 추가 매도(13명), 주문 및 체결 수량은 적지만 다른 계좌로 대체하거나 시장가로 주문(3명), 매도주문 후 취소해 체결은 안됐지만 주문 수량이 많은 경우(5명)에 각각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 '호기심 때문이었다', '시스템 오류 테스트를 위해서였다'라는 주장을 폈지만 실제로는 고의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1주를 상한가에 매도 주문 낸 후 실제 주문이 들어가자 지체없이 취소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1명의 직원들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의견은 다르다. 금감원과 함께 이번 배당사고를 조사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직원들은 주식 매도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시세 변동을 도모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같은 날 밝혔다. 고의성이 적다는 판단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삼성증권 본사 현장조사와 혐의자·관계인의 매매내역·메신저·휴대폰 분석 등의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공정거래 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상거래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 사안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불협화음을 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를 놓고도 두 기관은 엇 박자를 냈다.

금감원이 상위 관리기관인 금융위의 반대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반대에도 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사전통지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공개 시점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사전 협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과감한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청와대와 여당 및 시민단체의 행보에 발맞추기 위해 '눈치보기'를 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첫 날부터 이같은 잡음이 나오면서 향후 금융위와의 갈등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윤 원장은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펴온 인물"이라며 "금감원이 금융위의 지휘·감독을 받는 기본 체제는 변하지 않겠지만 금감원장의 기본 원칙이 독립성 강화인 만큼 앞으로도 금융위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