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석 달여 만에 2500선을 회복한 건 ‘실적의 힘’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려한 것과 달리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실적발표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바탕으로 한 ‘안도 랠리’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상향 조정되는 올해 실적 추정치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애널리스트 추정치가 있는 기업 53곳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체 32조9706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31조4928억원을 4.7% 웃도는 수치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에 가깝게 부진했던 탓에 올 1분기 실적 추정치가 연초부터 계속 하향 조정됐다”며 “하지만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실적 추정치가 다시 상향 조정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이 1분기 영업이익 3898억원을 거둬 시장을 놀라게 했다. 증권사 추정치 평균(1030억원)보다 279% 웃돌았다. 대림산업(83%), 신세계푸드(48%), NH투자증권(37%), 대우건설(37%), 삼성물산(30%) 등도 시장 예상을 깬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1분기 好실적에 연간 전망 상향조정… 철강·건설·반도체發 실적장세 오나
상장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약 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도 추정치보다 7% 늘어난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려했던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없었다”며 “이 덕분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업종의 다음 분기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고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다시 올려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298개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217조2847억원이다. 한 달 전 216조2715억원에서 0.47% 상향 조정됐다. 유 연구원은 “유럽과 아시아지역은 이익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견조한 이익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저평가된 업종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이익 비중이 증가하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과거에 비해 낮은 철강, 건설, 반도체, 은행 등에서 빠른 주가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철강과 건설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 따른 인프라 투자 기대 외에도 철강 가격 상승세와 국내외 건설 경기 호조 등이 긍정적이다. 은행은 금리 인상 기대, 증권은 거래대금 증가로 올해 실적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 좋지만 경기 정점 논란도

복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월 증시를 짓눌렀던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미·중 무역 분쟁,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국제 유가 상승 등의 변수는 언제든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통상 실물 경기보다 6개월에서 9개월가량 선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월 국내 산업생산과 설비투자 등 제조업 활동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S&P500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올해가 정점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S&P500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9.4% 늘어나는 데 비해 2019년에는 9.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정점 논란이 여전하지만 국내 상장기업의 실적 호전 추세가 확인되면 코스피지수가 다시 상승세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