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인터넷 게임업체 텐센트가 5000억원 이상을 블루홀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배틀그라운드의 성장성 때문이다. 벤처캐피털(VC)업계에선 “블루홀이 만든 총싸움게임 배틀그라운드는 미국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에 맞먹는 ‘글로벌 e스포츠’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루홀은 텐센트를 2대주주로 맞아 배틀그라운드뿐 아니라 후속 게임 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에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 성장성·공격적 M&A 전략 주목
◆블루홀 2대주주로

29일 VC업계에 따르면 블루홀이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다수의 투자자와 협상한 결과 텐센트가 가장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홀 투자에 관심을 보인 곳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글로벌 VC인 세쿼이아캐피털, 국내 사모펀드(PEF) IMM인베스트먼트 등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의 성장성과 국내외 게임 스튜디오를 추가 인수해 게임을 다변화하겠다는 블루홀의 경영 전략을 높게 평가해 텐센트가 베팅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루홀은 올해 초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해외 투자자를 물색해왔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지분율 8%)를 비롯해 프리미어파트너스(4.8%) 알토스(4.5%) 새한창투(2.5%) 등 초기 투자자들은 블루홀이 찾는 해외 파트너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블루홀은 2007년 장병규 의장 등이 설립한 게임 개발업체다. 내놓는 게임마다 성적이 부진해 경영난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출시한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기업 가치가 급격히 불어났다. 북미와 중국 등의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면서 최근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넘어 ‘데카콘(10조원 이상)’을 기대할 정도로 성장했다. 작년 10월 한 투자회사가 블루홀 지분 0.1%를 사들일 때 책정된 지분 가치가 주당 약 63만원임을 감안하면 전체 기업 가치는 5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텐센트 국내 투자 중 ‘최대’

이번 블루홀 투자는 텐센트의 한국 투자 금액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텐센트의 블루홀 지분 인수는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와 함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 투자를 재개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텐센트는 2014년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 지분 28%를 5억달러(약 5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투자는 이 규모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투자 금액 700억원을 포함하면 총 투자 금액이 6000억원을 넘게 된다. 텐센트는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 2016년 YG엔터테인먼트에 3000만달러(약 322억원)를 투자하는 등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였다.

텐센트의 지분 인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창업 초기 블루홀에 투자했던 케이넷투자 알토스 새한창투 등은 투자금 대비 2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이들 VC는 블루홀이 게임 흥행 실패와 소송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9년 500억원가량을 투자해 회사를 살려냈다. 이후 연이은 실적 부진에도 묵묵히 믿고 기다린 결과 투자 9년 만에 30%를 훌쩍 넘는 연평균 수익률(IRR)을 기록하게 됐다. VC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상반기에 거래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