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는 ‘4·27 남북한 정상회담’이 한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을까. ‘팔자’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자’로 돌아서자 시장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외국인 투자금이 돌아오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으로 불안이 커졌던 지난 20일 이후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887억원 규모의 ‘매물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1721억원, 당일인 27일엔 15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크레디리요네(CLSA), 크레디트스위스(CS), 피델리티자산운용 등 외국계 금융투자회사는 “4·27 남북 정상회담이 한국 증시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증권사들 "평화배당 기대되는 한국에 베팅할 때"
◆2007년의 경험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반도에서의 평화배당(Peace Dividends) 가능성’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평화배당은 1989년 미·소 냉전체제 종결 이후 미국 정부가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민간부문 투자를 늘리도록 정책을 전환하면서 처음 나온 용어다. 골드만삭스는 남북 관계 개선이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며 이 보고서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 북한이 핵시설 폐쇄를 결정한 2월13일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를 각각 0으로 놓고 비교해본 결과, 북한이 실제로 핵시설 폐쇄를 시작한 6월25일까지 코스피는 S&P500보다 24%포인트 높은 수익을 냈다고 분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스피지수는 2007년 지정학적 위기가 완화되는 국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조정 우려가 잦아든다면 남북 정상회담이 한국 증시 상승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CLSA는 다음달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계획이 포함될 확률이 7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최명환 CLSA 한국법인 리서치본부장은 “지금은 일단 한국 주식에 베팅하고 결과는 나중에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증권사들 "평화배당 기대되는 한국에 베팅할 때"
◆최선호 종목은 건설株

4·27 남북 정상회담 후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양측은 경제협력을 재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 전부터 달아오른 남북경협주의 추가 상승 기대가 커졌다.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목해야 할 최선호 업종으로 건설업종을 꼽은 곳이 많았다. 남북경협 재개 발표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정준 JP모간 한국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건설주는 지난 1년6개월 이상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며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낮아져 있는 가운데 반등 계기가 마련된 만큼 상승 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CLSA는 남북 관계개선 가속화의 긍정적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건설을 포함해 산업재, 금융 등을 꼽았다.

◆“지금은 변동성 관리가 중요”

남북 정상회담이 중·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지정학적 이유로 한국 자산이 저평가되는 현상)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론 지난 2월 이후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길형 CS 한국전략담당수석은 “한국 증시는 시가총액에서 수출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상반기 말까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 에프스타토폴로스 피델리티운용 글로벌 멀티에셋 인컴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지정학적 요인보다는 경제 성장세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추세 등을 핵심지표로 본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