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통일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남북경협주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2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영 마라톤통일코리아’는 최근 1년간 13.36%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2014년 3월 설정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대박론’과 함께 하이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에서 통일펀드가 잇달아 나오던 시기였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실적이 개선될 만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게 통일펀드의 목표다. 신영 마라톤통일코리아는 삼성전자(펀드 내 비중 14.84%) SK(2.72%) 등 대형주와 전선 자회사를 거느린 LS(1.84%) 철강주인 포스코(1.88%)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펀드 운용보수의 20%가량을 통일 기금으로 출연했다.

통일펀드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신영자산운용 상품이 유일하다. 설정 이후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통일펀드들이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로 전락하면서 지난해 11월 ‘교보악사 우리겨레통일’이 청산했고, ‘하이 코리아통일르네상스’도 이르면 올 3분기 청산을 앞두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펀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뚝 끊겼던 통일펀드 출시가 재개될 전망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그레이터코리아’펀드 출시를 검토 중이다. 남북경협주 등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펀드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실향민 펀드를 추가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펀드 자산의 20~30%가량은 실향민이 경영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여기서 얻은 운용보수 일부를 북한지역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운용사 수탁액을 늘리기보다는 사회공헌 성격으로 운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