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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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주가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협력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반도의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가 부푼 덕이다.

23일 오후 2시1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건설업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1포인트(2.75%) 뛴 127.37을 기록 중이다. 대북사업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2.18%)이 장중 9% 넘게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GS건설(1.62%)도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지난주 건설업종지수는 한주간 12.62포인트(11.33%) 상승해 123.96을 기록했다. 업종지수가 12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4월 들어서는 18.34포인트(17.36%) 뛰어 전 업종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관이 250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관련종목 상승을 이끌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예정돼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동안 중단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재개 가능성이 관련 종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높였고, 특히 건설 관련 종목은 대부분 상승했다"고 풀이했다.

자료=키움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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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가 낙후된 상황인 만큼 경제협력이 재개될 경우 건설주들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도로 총연장은 2만6176km로 한국의 24.1%에 불과하고, 고속도로의 경우 774km로 17.4% 수준에 그친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북한의 도로 포장률은 10% 미만이고, 간선도로 대부분이 왕복 2차선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경제개발 정책에서 인프라 및 도시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시장이 개방되면서 건설주에 있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의 내용이 담긴 결정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한 자체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는 분명 무리가 있는 만큼 남북 경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주택시장 및 해외 신규 수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국내 건설기업에 신규 시장 창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역시 "인프라와 도시개발은 경제개발 목적뿐만 아니라 경제차이 해소와 통일비용 절감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선행 과정"이라며 "인프라 확충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지리, 경제차이가 줄어들면 통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건설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독일 통일 당시 건설주 주가 상승 사례를 거론하며 적극적인 비중 확대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독일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한 1988년 초반부터 통일이 이뤄진 1990년 사이 건설업종 주가가 380% 급등해 독일 DAX지수 상승률(94%)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수익성 부진 요인으로 작용하던 해외 저가 수주 현장들은 추가적으로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낮거나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어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에 남아있던 해외 저가 현장들은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분석 대상 6개 대형 건설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한 1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관심 종목으로는 현대산업, 현대건설 등이 꼽혔다.

라 연구원은 "남북 경협 초기에는 현대건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고, 범현대가도 함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교롭게도 대표적인 범현대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산업, 한라는 인프라 및 민자 사회간접자본(SOC)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감안하면 (남북 경협에 대한) 과거 경험보다는 향후 참여의지가 중요하다"며 "밸류에이션 매력을 갖추고 있고 이익 증가와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한 현대건설, GS건설을 최선호주로 선정하고 대림산업을 관심종목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