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한 증권사의 중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가 쓴 보고서가 화제였다. 바이오주 투자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바이오주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대놓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바이오株 강타한 '버블 경고' 보고서
이날 이 보고서에다 2016년 미국 바이오 기업을 인수해 ‘제2의 신라젠’으로 불린 알파홀딩스 주가가 항암제 판권 계약 해지 여파로 22% 넘게 급락하면서 바이오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등 코스닥시장 주요 바이오주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코스닥지수는 하루 만에 9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잘나가는 바이오株 강타한 '버블 경고' 보고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사진)은 이날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거품),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코스닥시장 상승세는 일부 바이오주의 무차별적 주가 급등에 따른 것이어서 지속 가능성이 작다”며 “바이오주 버블이 꺼지면 2000년대 초반 국내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사태 때보다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연구원은 미드스몰캡(중소형주)팀 소속으로 바이오주 등 중소형주 전반을 들여다보는 경력 13년차 애널리스트다.

그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른 바이오 기업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로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는 곳도 많다”며 “바이오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가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하기만 해도 어김없이 주가가 고공비행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 상위 30개 종목 중 약 80%가 바이오 기업이었다.

한 연구원은 “바이오주 강세는 유독 한국에서만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파티’는 끝나간다”고 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나 성장성이 글로벌 기업보다 뛰어난 것도 아닌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시장 참가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이 ‘바이오주에 거품이 끼었다’고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코스닥시장 주요 바이오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 ‘대장주’(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2.66% 떨어졌고, 신라젠(-0.67%), 바이로메드(-0.26%), 코오롱티슈진(-1.27%), 제넥신(-3.49%) 등 다른 주요 바이오주도 약세를 보였다. 알파홀딩스 주가는 22.47%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필룩스의 계열사인 바이럴진이 알파홀딩스와 맺었던 항암제 아시아 판권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위 안에 드는 11개 바이오주의 시가총액은 이날 7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 여파로 코스닥지수는 7.90포인트(0.88%) 하락한 893.32에 마감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