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업 트렌드는 음원을 소유하기 위해 내려받는 ‘다운로드’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싸지고 음악 유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출생)에는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이 매력적인 음악 소비 방법이 됐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가 지난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공모 절차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기존 주식을 증시에서 바로 거래되도록 하는 직상장을 해 화제가 됐다.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열풍 타고 '볼륨 업'… 카카오M, 강력한 경쟁자 등장에 '침묵'
한국에도 스트리밍 서비스 1위 기업이 있다. 카카오에 인수돼 최근 ‘카카오M’으로 이름을 바꾼 로엔의 ‘멜론’이다. 이들 국내외 1위 스트리밍 기업의 주가는 엇갈린다. 스포티파이는 증권가의 예상을 웃도는 반면 카카오M은 고전하고 있다.

◆세계 1위 vs 국내 1위

스포티파이에는 광고 없이 음악을 듣는 유료 서비스와 광고를 듣는 무료 서비스가 있다. 회사 측이 밝힌 유료 가입자 수는 7100만 명. 경쟁자인 애플뮤직의 유료 가입자 수(3월 기준 3800만 명)보다 약 87% 많다. 2016년 매출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2%다. 2006년 스웨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영국과 미국을 거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현재 65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멜론의 지난해 4분기 국내 유료 가입자 점유율은 58%다. 2위인 지니뮤직(22%)의 두 배 이상이다. 멜론은 카카오M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불린다. 지난해 카카오M의 음악사업 매출 중 멜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텐츠 부문은 전체의 80.93%(4696억원)였다.

스포티파이가 세계 1위로 올라선 배경에는 ‘공유 문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포티파이에는 이용자들끼리 음악 재생목록을 공유하는 기능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스포티파이에서 ‘대통령 취임 기념’이나 ‘여름 휴가용’ 재생목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멜론도 지난달 출시한 ‘카카오멜론’을 통해 카카오톡 친구끼리 음악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성장성에서 엇갈리는 주가

스포티파이는 적자 기업이다. 음원 저작권료 지급으로 지난해 3억7800만유로(약 50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도 2억3000만~3억3000만유로(약 3048억~4373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전망이다.

그럼에도 스포티파이는 상장 첫날 149달러로 마감하며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가격인 132달러를 웃돌았다. 지난 13일 종가도 149달러다. 유료와 무료 가입자 수가 모두 늘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의 지난해 매출은 40억9000만유로(약 5조4157억원)로 전년보다 약 39% 늘었다. 올해 회사 측의 매출 전망은 지난해보다 20~30% 증가한 49억~53억유로(약 6조4929억~7조229억원)다.

카카오M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 1월22일 11만9800원으로 최근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10만원을 밑돌고 있다. 증권업계는 주가 부진 이유로 SK텔레콤의 음원 플랫폼 시장 재진출 소식을 꼽았다. SK텔레콤은 2월 SM엔터테인먼트, JYP,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3개 연예기획사와 신규 음악 플랫폼을 출시하는 협약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이 한 발 더 나아가 음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음원시장 3위인 NHN벅스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카카오M 주가는 하락했다.

증권사 다수가 여전히 현재 1위 사업자인 카카오M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분위기는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지난 한 주간 기관은 카카오M을 4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카카오M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밑돌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14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