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하반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속을 태웠던 ‘홍콩H ELS’ 발행이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기초자산 쏠림을 막으려고 도입한 총량규제가 지난해 말 사라지면서다. 아직 홍콩H지수 ELS 쏠림현상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각에선 지금 추세가 지속된다면 과거와 같은 혼란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금 손실 우려에 3년간 속앓이 했는데… 다시 돈 몰리는 '홍콩H지수 ELS'
◆빠르게 늘어난 홍콩H ELS

1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새로 발행된 ELS는 19조695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기초자산에 홍콩H지수가 포함된 ELS는 15조6554억원으로 전체의 79.4%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7857억원)보다 약 9배 급증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가 급증한 이유는 금융위원회의 발행 규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1월 증권사별로 홍콩H ELS가 상환되는 금액의 90%까지만 새로 발행할 수 있는 규제를 내놨다. 당시 홍콩H지수 급락으로 ELS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2015년 5월까지만 해도 15,000선에 육박하던 홍콩H지수는 2016년 2월에는 7500선까지 급락, 9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37조원에 달하는 홍콩H ELS 투자액 가운데 3조원 이상이 원금손실 가능 구간인 녹인(Knock-In)에 진입해 문제가 됐다.

ELS는 통상 계약 이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 구간(녹인 구간, 판매 시점 대비 40~60% 이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야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한 번이라도 손실구간 아래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하락 폭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바뀐다.

홍콩H ELS가 한창 많이 발행된 2015년 초 가입자들은 대부분 수익을 내고 상환받았다. 하지만 홍콩H지수가 최고치였던 2015년 5~6월께 가입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만기까지 지수 상승을 기다리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시 홍콩H지수를 14,000포인트로 계산하면 11,900~12,600포인트까지 지수가 올라와야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 지난 12일 홍콩H지수는 12,288.86포인트로 마감했다.

◆“ELS 기초자산 분산투자할 때”

과거 홍콩H지수 급락으로 위기를 겪고도 다시 홍콩H ELS가 늘어나는 이유는 이 지수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초자산 변동성이 클수록 ELS 수익률도 높아진다. 이정준 삼성자산운용 시스템전략팀 수석은 “올 들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 8% 수익률을 내건 ELS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홍콩H ELS의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5년과 같은 혼란이 재연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현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거처럼 시장 쏠림현상 때문에 투자자 위험(리스크)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같은 투자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ELS 상품도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초지수가 겹치면 해당 지수가 급락했을 때 손실 가능성이 똑같이 커지기 때문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