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들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개선된 실적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등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태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들 기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깜짝 실적' 내고도 쉬쉬하는 증권 유관기관들… 왜?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3468억원, 영업이익 640억원을 올렸다. 전년과 견줘 매출은 6.21%, 영업이익은 39.43% 늘었다. 거래소의 작년 실적은 2012년(매출 3480억원, 영업이익 756억원) 이후 5년 만의 최대다.

지난해 거래·청산결제 수수료가 2375억원으로 전년 대비 7.57% 늘어난 것이 거래소 실적을 밀어올렸다. 지난 한 해 동안 코스피지수가 21.8% 상승하자 주식 거래량 등이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유동금융자산 포함)은 2조6971억원에 달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매출 1940억원에 순이익 6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전년 대비 매출은 8.13%, 순이익은 33.13% 늘었다. 매출과 순이익은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증권금융도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은 2.19% 늘어난 1조1547억원, 영업이익은 6.57% 증가한 1734억원을 냈다.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담보로 대출해주고 받은 이자수익이 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세 곳 모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도는 등 ‘신의 직장’으로서의 위상도 여전했다.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563만원이었고 예탁결제원은 1억239만원, 한국증권금융은 1억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관은 깜짝 실적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선긋기를 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은 발행 주식 총량의 변화 여부는 물론 미등록 주식 유통을 감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책임론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등은 이런 상황에서 실적 개선 소식이 알려지면 자칫 ‘책임은 피하고 수익만 챙긴다’는 여론이 몰아칠 수 있어 전전긍긍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