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당사고는 담당직원이 배당을 지급하면서 단위로 ‘원’ 대신 ‘주’를 입력해 가상의 유령주식을 대거 발행하면서 비롯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현금 배당은 일반주주 배당과 달리 증권회사가 직접 입금하게 돼 있어 ‘팻 핑거(증권 주문정보를 실수로 입력하는 것)’에 따른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은 9일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사고에 대한 대응’ 브리핑에서 “상장 증권사의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 입금 과정을 살펴본 결과 시스템상의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가 일반주주에게 배당을 입금할 때는 한국예탁결제원의 확인을 거친 뒤 지급하도록 돼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 10일 증권사 대표 긴급 소집
우리사주의 현금배당은 절차가 다르다. 증권사가 직접 조합원에게 현금을 넣을 수 있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현금배당을 주식으로 배당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걸러낼 수 없었던 1차적인 이유다.

원 부원장은 “우리사주 배당소득이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 배당과 구분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이 증권사에 우리사주 배당 권한을 위임하면서 각 증권사가 입력할 수 있게 됐다”며 “직접 입력하는 시스템 자체가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4개 증권사를 골라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을 긴급 조사해본 결과 모두 삼성증권과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삼성증권과 같은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10일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증권회사 대표들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회사별 배당 입력시스템 현황과 관리실태,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관한 의견 등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