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9일 오후 4시20분

김광수 나이스(NICE)그룹 회장이 지난달 6일 별세하면서 그룹 지배구조가 어떤 식으로 재편될지에 금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가족이 지주회사 나이스홀딩스(상장명 NICE)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물어야 하는 막대한 세금 때문에 그룹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어서다. 알짜 계열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거나, 자칫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구심점 잃은 나이스그룹… 경영권 '안갯속'
◆자사주 매각에 쏠린 눈

나이스그룹 지주사인 나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일 자기주식 242만499주(지분 6.4%)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343억원에 처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동성과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며 “자사주를 누가 사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이스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5356억원에 달한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330억원에 불과해 급히 유동성을 확보할 이유가 없다.

자사주 매각은 나이스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김 회장(지분율 29.88%)이 타개하기 전에 이뤄졌다. 건강이 나빠진 김 회장이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우호주주에게 매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하던 나이스홀딩스 등의 지분은 부인 최정옥 씨와 장남인 김원우 씨(25) 등이 상속받는다. 이 과정에서 상속받는 자산 가치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유가족들은 계열사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아 상속받는 나이스홀딩스 주식을 현물납부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세금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이 줄어들어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개편 향방은

증권업계에서는 김 회장 유가족들이 그룹을 직접 경영하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고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계열사 경영을 맡기고 지분 승계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나이스홀딩스 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윤희웅 법무법인 율촌 기업법무 및 금융그룹 대표변호사가 안정된 경영 체제를 다지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이스그룹 안팎에서는 일부 경영진 또는 투자자가 지분을 사모으거나 재무적 투자자와 연합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나이스그룹이 여러 알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서다. 나이스홀딩스 3대 주주로 지분 15.50%를 보유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스그룹 지배 구조의 향방을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며 “일각에선 나이스그룹이 계열사들을 대거 내다 팔거나 그룹 자체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금융지주사와 대기업 계열 생명보험사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이스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4500억원, 영업이익은 1225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자산은 1조7423억원에 달했다. 나이스홀딩스는 나이스평가정보(지분율 42.99%)를 비롯해 한국전자금융(46.99%), 나이스신용평가(100%), 나이스정보통신(42.70%)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