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국 증시의 바이오 업종 ‘대장주’ 자리를 건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수성하는 셀트리온이 3월 초 이후 지지부진한 가운데 도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무섭게 추격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 장중 셀트리온 추월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만3000원(8.29%) 오른 56만2000원으로 장을 마쳐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종가 기준 시총은 37조1847억원(유가증권시장 4위)으로, 3위 셀트리온(37조5359억원)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전 거래일인 지난 6일 51만9000원(시총 34조3396억원)에 마감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시총이 장중 11.75% 불어난 38조3745억원을 기록해 셀트리온을 추월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1만4000원(4.79%) 상승한 30만6000원에 마감했다.
시총 3위·바이오 대장株 놓고 치열한 경쟁… '삼바 축제'에 긴장하는 셀트리온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급등에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제약사 애브비와의 특허분쟁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종결했다는 소식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브비가 보유한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189억달러)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랄디’를 생산 중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비브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오는 10월부터 유럽에서 임랄디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임랄디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 중 가장 많은 매출(연간 10억달러)을 올리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엇갈리는 외국인 행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엇갈린 궤적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5일 사상 최고가인 37만3500원(종가)을 찍었던 셀트리온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두 달 이상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들어 별다른 조정 없이 꾸준히 상승해 연초 이후 51.48% 올랐다.

두 종목 모두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투자자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셀트리온을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은 1조540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셀트리온 순매도 금액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불록딜 매도물량(7542억원)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두 번째로 많은 3050억원어치 사들였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외국인들이 3월 초 이후 한국 바이오업종에서 셀트리온 대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담고 있다”며 “작년 9월 이후 셀트리온이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셀트리온을 팔고 셀트리온이 상승하는 동안 덜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로 갈아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경쟁은 당분간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두 종목 모두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가를 자극할 만한 이벤트도 많이 남아 있어서다.

홍기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분기 3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생산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유럽에서 판매에 들어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항암제 온트루잔트가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점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가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관련 정책이 우호적인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각각 6641억원과 12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작년보다 27.2%, 90.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