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한국경제DB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한국경제DB
6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내리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놨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깜짝 실적' 효과 못누리는 삼성전자…UBS 보고서 때문?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1~3월) 잠정 실적이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 65조9800억원보다 9.1%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50조5500억원)에 비해선 18.7%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한 분기만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4분기(15조1500억원)보다 3.0% 증가했고, 전년 동기(9조9000억원)에 비해선 57.6% 급증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4조5586억원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이다.

하지만 주가는 빠지는 중이다. 오전 11시20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2만3000원(0.94%) 내린 241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 원인을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탓으로 봤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은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올 초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그라드나 했던 이 논란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유럽계 투자은행(IB)인 UBS가 내놓은 마이크론 보고서에 또다시 촉발되는 모습이다.

UBS의 티모시 어큐리 애널리스트가 반도체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망해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하자 관련 업종 기업 대부분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더불어 SK하이닉스도 3% 이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UBS뿐만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조만간 반도체 공급과잉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고 가트너 역시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 전환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둔화 우려가 지속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익 실현 매물에 주가가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전날 삼성전자는 4%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이에 이날은 UBS, 모건스탠리 등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 전날에는 상승하고 실적 발표 당일에는 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증권사들, 목표주가 보수적으로 제시

반도체 고점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보수적인 수준으로 제시하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가 제시하고 있는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현재 329만6500원이다. 한 달 전보다 1% 가량 떨어졌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2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춰 잡기도 했다. 이 증권사의 송명섭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양호, 2분기 실적 개선을 예상하면서도 적정주가를 소폭 하향한 것은 지난 4분기 이후 스마트폰, PC 출하 부진이 올해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어 향후 반도체 수요에 불확실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각에서 제기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이 예상에 못 미친 공급증가, 서버 수요 강세 등으로 인해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