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우리은행] 올해 예상 순이익 10% 늘어난 1.7兆
우리은행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광구 전 행장 자진사퇴에 따른 지배구조 관련 우려로 약세를 보이던 우리은행은 작년 말 손태승 신임 행장 취임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외국인들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우리은행을 1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매도 배경은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 시 구조조정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3월 중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늦어지며 상승동력을 얻지 못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80억유로(약 10조원)에 해당하는 반환금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린 것도 우려를 키웠다.

[Cover Story-우리은행] 올해 예상 순이익 10% 늘어난 1.7兆
그러나 현 주가는 과매도 국면으로 판단된다. 우리은행의 금호타이어 충당금 적립 잔액은 3100억원으로 손실노출금액(익스포저) 3600억원 대비 적립률이 86%에 달한다. 최근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팔리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오히려 대규모 충당금 환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입 가능한 충당금 규모는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올해 실적 개선폭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사안도 박경서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추진 동력이 약해졌지만 일시적 지연에 불과하다. 최근 새 공자위 민간위원장이 선임된 만큼 오는 6~7월에는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전환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되는데 오는 10~12월 중 전환을 완료할 경우에는 은행이 지주사에 지급하는 배당에 대한 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빨리 추진한다고 해도 지주사 전환 완료 시점은 내년 1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10조원 소송 건과 관련해서는 미국 AJ에너지사가 ‘도이치뱅크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우리은행에 송금받은 80억유로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 측은 송금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이치뱅크에 확인한 결과 송금 사실이 없으며 서류 역시 조작된 것으로 보여 소송 사기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소송 당사자인 AJ에너지사는 2010년 4월 미국 네바다주에 설립된 투자회사로 사업목적이 불투명하고 총 임직원 수가 6명에 불과하다. 80억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할 만한 회사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소송과 관련해 우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판단된다.

총대출성장률 1.5%, 순이자마진 0.02%포인트 상승 등에 힘입어 1분기 순이익은 4700억원 안팎으로 시장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엔 STX엔진 매각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 1000억원 이상 발생해 52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낼 전망이다. 올해 추정 순이익은 약 1조7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약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및 정상화에 따른 충당금 환입 요인까지 감안할 경우 1조8000억원을 웃돌 수도 있다. 주요 시중은행 중 올해 이익 개선 기대감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업종 내 대표적인 고배당주로서 매력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주당배당금은 600원으로 배당성향이 26.8%였다. 올해는 주당배당금이 650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 주가 기준 예상 시가배당률은 은행주 중 가장 높은 4.7%에 달한다. 지난달 3월 손 신임 행장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들까지 자사주를 취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잘 아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신호다. 과점주주들을 대표하는 사외이사들까지 참여한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은행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뛰어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배당매력, 1분기 양호한 실적 전망을 감안할 때 실적발표를 앞둔 은행주 선취매가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은행은 경쟁사 대비 주가 낙폭이 컸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43배까지 하락해 양호한 수익성 대비 지나친 저평가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PBR 0.45배 이하에서 은행주를 매수할 좋은 기회로 보인다.

최정욱 < 대신증권 기업분석2 부장 chunguk.choi@daishin.co.kr >

그래픽= 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