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채용비리 수사 등으로 2월 이후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취임이라는 ‘복병’까지 등장했다.

은행株 '나 떨고 있니…'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장주’ KB금융은 200원(0.35%) 하락한 5만7600원에 장을 마쳤다. 미국발(發) 증시 조정이 있었던 지난 2월 이후 하락률은 13.90%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4만4200원, 4만1800원으로 마감해 2월 이후 각각 17.07%, 19.76% 떨어졌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자산, 순이익 등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은행주로 분류된다. 우리은행(-18.69%) 기업은행(-9.60%) 등 다른 은행주도 2월 이후 크게 하락했다. 은행주 대부분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6.17%)보다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은행주 ‘팔자’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3월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우리은행을 1136억원(유가증권시장 순매도 4위)어치 팔아 은행주 중 가장 많이 매도했다. 신한지주(999억원·5위) 하나금융지주(714억원·10위) 등이 뒤를 이었다. 기관은 기업은행(1103억원·6위) KB금융(815억원·10위) 신한지주(717억원·14위) 순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전문가들은 은행주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가계대출은 약탈적 대출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금감원장이 취임한 것은 분명한 악재”라며 “연초 예상한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KB금융 신한지주 우리은행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잇달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월13일 KB금융 1000주(6090만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3월30일 1000주(5990만원)를 추가 매입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도 3월28일 자사주 2171주를 사들이는 데 9715만원을 썼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3월에만 9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 주를 사들였다. 1억5400만원 규모다.

CEO의 자사주 매입은 ‘예상실적을 감안했을 때 낙폭이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려는 의도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