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 덕분에… 순이익 100兆 첫 돌파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들의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이끈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기업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2016년보다 각각 24조원, 10조원가량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의 온기가 건설, 기계 등 경기 민감 업종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만큼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빼고도 사상 최대 실적

'반도체 투톱' 덕분에… 순이익 100兆 첫 돌파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 49개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4조25억원으로 전년보다 200%가량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지난해 사상 최대이자 전년보다 83.46% 증가한 53조64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분기 기준)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연간 영업이익(13조7213억원)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등 IT 기업의 실적 호조는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IT 기업의 실적 증가세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상장 533개사의 순이익(114조5926억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8.65%로 전년 대비 1.23%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104조970억원과 72조4058억원으로 2016년 세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0.94%와 22.61%다.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뺀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도 역대 최고치”라고 말했다.

IT 외에 기계(영업이익 증감률 85.38%), 건설(61.21%), 의약품(52.34%), 서비스업(38.60%) 기업의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반면 자동차 수출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운수 장비(-54.07%)와 국제 유가 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한 전기·가스(-55.38%) 기업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SDI, 한진, STX 등 37곳은 전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적자 전환한 기업은 동부제철, 한독 등 49곳이었다.

상장사들의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2012년 말 140%에 달했던 상장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09.32%로 5년 만에 약 30%포인트 줄었다.

올해는 무역전쟁 등이 변수

전문가들은 올해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60조원과 18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비수기로 분류되는 올 1분기에 두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가 1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반도체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건설·화학 등 경기 민감 업종 기업의 올해 이익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중국 소비 관련 기업과 음식료 등 내수 기업에 대한 실적 기대도 살아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은 백화점, 호텔, 화장품 업종의 실적 반등세가 가파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다만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율이 올해만큼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하반기처럼 상승 랠리를 펼치지 못하는 것은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헌형/오형주/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