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해외 증시에 상장된 자국 IT 기업들의 주식을 본토 증시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투자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30일 해외 증시에 상장됐으며 시가총액이 2천억 위안(320억 달러)를 넘는 기업들이 본토 증시에 이른바 중국주식예탁증서(CDR)를 시범적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가변이익실체(VIE)와 차등의결권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역외로 이익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CDR을 도입한 배경이다.

VIE와 차등의결권 제도는 현재 본토 증시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상태다.

VIE는 지분관계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적지 않은 중국 IT 기업들이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한편 차등의결권은 1개의 주식마다 1개의 의결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창업주 등의 경영권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알리바바 中증시서 거래될까…중국, IT대기업 본토상장방안 마련
중국 증시 당국이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CDR제도의 운을 뗀 지 불과 한 달도 안돼 이를 공식화한 것은 자국 IT 기업들의 본토 증시 복귀(리쇼어링·Re-shoring)에 얼마나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은 고속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기업가치도 막대한 IT기업들의 온상이었지만 간판 IT 기업들은 국내의 제도적 장벽 탓에 속속 역외로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본토 증시는 대형 IPO(기업공개)를 국유기업들에만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스미스 아시아 기업 거버넌스 담당 대표는 "자국 간판기업들의 복귀를 원하는 욕구가 강하고 CDR은 이런 욕구를 실현할 하나의 길"이라고 말했다.

CDR제도가 도입되면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기업들은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본토 증시에도 복수 상장 형태로 데뷔할 수 있게 된다.

해당 기업들의 몸값을 크게 올리는 것은 물론 다른 기업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상하이의 로펌인 링크레티어스의 한 관계자는 CDR 시장이 추가의 자금조달처가 되는 만큼 첨단 기술 및 기타 혁신적 기업들이 IPO 계획을 재검토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몇몇 IT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은 앞서 리쇼어링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에센스 증권의 저우 하이빈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와 바이두, 징둥닷컴, 넷이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텔레콤 등이 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증시 당국은 유망한 비상장 기업들도 본토 증시에서 IPO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첨단기술 부문에서 고속으로 성장하면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한 비상장 기업, 기업가치가 200억 위안이 넘고 직전 연도에 30억 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타 업종의 비상장 기업이 그 대상이다.

다만 이들 기업에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과는 달리 VIE와 차등의결권 제도가 여전히 불허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