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쇼크’에 미국 주식과 펀드에 뭉칫돈을 넣은 자산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일명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동반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섣불리 매수하기보다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술주 고평가 논란으로 번져

28일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3% 급락했다. 페이스북의 이용자 개인정보 불법 유출 파문이 불거진 지난 19일 이후 4.56% 떨어졌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폭발 사고,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차 시험 중단 등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 기간 페이스북은 11.78% 떨어졌고, 알파벳(-11.23%)과 넷플릭스(-5.57%), 애플(-5.43%), 아마존(-4.73%) 등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미국과 유럽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때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페북 쇼크가 FAANG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주도주가 기술주에서 화학, 철강 등 산업재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美주식·펀드 담은 투자자들 '어찌 하오리까'
올해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한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83.2배에 달한다. 넷플릭스, 알파벳, 엔비디아 등의 PER도 50배 이상으로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기술주의 급락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직접 투자나 펀드 매매를 통해 미국 증시에 돈을 넣은 국내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한 자금은 55억6258만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작년 1분기(22억3524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게다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아마존, 엔비디아, 알파벳, 페이스북, 테슬라 등 상위 7개 종목이 모두 나스닥 기술주였다. 최근 한 달간 미국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4.71%로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 투자 비중 줄여야”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과 관련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자산 비중을 줄이도록 투자자에게 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한 글로벌 주식형 포트폴리오 내 미국 자산 비중을 종전 57.3%에서 55.4%로 하향 조정했다.

고액 투자자의 자산관리를 돕는 금융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지금은 미국 증시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는 “나스닥지수가 흔들리기 시작한 3주 전부터 고액자산가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며 “이미 높은 수익을 올린 만큼 안정성이 높은 달러채권 등으로 갈아타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김현섭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나스닥 기술주는 PER 등 밸류에이션이 높아 작년 말부터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지 않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펀드 등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IT주 전망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PB도 있다. 안병원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 PB팀장은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 IT주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낫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