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 ‘훼스탈’ 등으로 잘 알려진 제약사 한독의 자회사 제넥신이 2500억원을 조달해 신약 개발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한독은 김영진 회장 주도로 2012년 이후 제넥신을 포함해 2개 바이오 기업을 인수했다. 2건의 지분 투자를 했고, 합작법인 1곳도 설립했다.

하지만 투자 성과가 나지 않아 한독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증권업계에선 한독이 신약 개발에 나선 제넥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적자전환' 한독… 자회사 제넥신 통해 활로 찾을까
◆‘숨통’ 트인 제넥신

제넥신은 오는 5월1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우선주 발행)와 500억원어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총 2500억원을 조달한다. 유한양행과 KB증권 등이 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제넥신은 2500억원 가운데 1900억원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600억원은 미국 바이오 자회사 네오이뮨텍(NIT) 지분(현재 지분율 25.0%)을 추가로 사들이는 데 사용한다. 제넥신은 NIT와 손잡고 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루킨은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지난 20일부터 미국에서 뇌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제넥신 모회사로 지분 18.79%를 보유한 한독은 이번 자금 조달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넥신이 유한양행과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한독으로서는 투자금 부담은 덜면서 경영권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유한양행이 인수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도 보유 지분은 3.0%에 머물게 된다.

제넥신은 1999년 출범한 신약 R&D 업체로, 한독은 2012년 이 회사 지분과 CB 등을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제넥신은 신약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매년 적자를 내왔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가 64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9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선 제넥신이 이번에 2500억원을 조달하게 돼 신약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는 하이루킨은 물론 자궁경부암 유전자 치료백신(GX-188E) 임상을 시행하고 있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신약이 성과를 거두면 한독 기업가치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사업 고전에 적자전환한 한독

한독은 창업주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이 독일 제약업체 훽스트(현 사노피아벤티스)와 손잡고 1958년 세운 제약회사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영진 회장은 2012년 훽스트 지분 상당수를 매입하면서 독자 경영 기반을 마련했다.

김 회장은 2012년 이후 제넥신을 시작으로 태평양제약 제약부문, 일본 의약품 원료업체 데라벨류즈를 인수했고, 의료기기 업체 엔비포스텍에 투자했다. 한독은 이를 위해 차입금을 늘렸지만, 인수한 회사들이 기대한 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다. 작년에 제넥신, 엔비포스텍, 데라벨류즈가 영업적자를 냈다.

한독은 자회사 실적 등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영업손실(연결 재무제표 기준) 18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 회사 연간 영업이익은 2014년(103억원)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했다.

재무구조도 갈수록 나빠졌다. 2012년 말 차입금이 42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1889억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51.91%에서 119.9%로 올라갔다. 한 증권사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독이 인수합병(M&A)하는 데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자회사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기업가치도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