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채권시장에서 돈을 벌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가격 속에 담긴 정보들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시장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미국 자산운용사인 디멘셔널펀드어드바이저(DFA)의 데이비드 플레차 글로벌채권운용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채권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해 투자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채권들 간의 가격차이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가격 속 정보 잘 읽으면 돈 벌 기회 보이죠"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의 인기가 떨어진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채권이 발행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평가손실을 입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상당수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이유다. Fed는 올해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고 내년에도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시장의 예상(두 차례)보다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플레차 대표는 “DFA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유진 파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케네스 프렌치 다트머스대 교수의 이론을 투자전략으로 사용한다”며 “펀드 수익률은 매니저들이 얼마나 좋은 종목을 고르냐보다는 시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위험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 예를 들면 장기와 단기채 사이의 금리차이(기간프리미엄)나 회사채와 국채 사이의 금리차이(크레디트프리미엄) 수준을 분석하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가 평소보다 좁혀져 있을 때를 가정해보자.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이기 때문에 회사채 가격이 정상 수준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럴 때 회사채를 매수하면 장기적으로 국채와의 금리 차이가 예전 수준을 찾으면서 리스크에 대해 보상받기 어렵다. 이런 투자 전략을 활용하면 금리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플레차 대표의 설명이다.

장기채와 단기채의 수익률 격차를 놓고도 이런 투자법을 사용할 수 있다. 플레차 대표는 “DFA가 선진국 12곳에서만 채권투자를 하는 것도 채권 프리미엄 사이의 관계가 명확히 확립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레차 대표는 “채권의 상대 가치를 이용하는 투자는 장기 투자일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잔존만기가 1년 이하인 채권을 대상으로 한다면 5년 미만으로 투자해도 괜찮지만 중장기 채권은 시간을 넉넉하게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투자 기간 중간중간에 예상치 못한 ‘노이즈(가격 급등락)’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를 만한 시기에 짧게 투자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이른바 ‘마켓 타이밍’은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DFA는 1981년 설립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620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채권 부문 운용자산은 124조원에 달한다. DFA에서 채권 운용과 리서치를 동시에 총괄하는 플레차 대표는 DFA가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선보인 ‘삼성글로벌채권펀드’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펀드도 채권의 상대가치를 활용하는 투자 전략을 사용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