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수가 사상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문턱’을 넘은 기업 셋 중 하나는 합병 뒤 주가가 떨어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총 21곳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12곳) 대비 75% 늘어난 규모다. 2015년과 2014년에 스팩 합병 건수는 각각 13건과 2건에 불과했다. 2009년 한국 시장에 도입된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작년 한 해 코스닥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스팩을 통한 상장도 활성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산을 앞둔 스팩들의 합병 대상 기업 물색이 활발했던 점도 작용했다. 스팩은 상장 후 2년6개월 안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지난해 합병에 성공한 신한2호스팩, 하이제2호스팩 등 4곳은 2014년 상장된 곳들로 합병에 실패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야 했다.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썩 좋지 않다. 21개 기업 중 켐트로스 고려시멘트 이노인스트루먼트 등 8곳(38.1%)은 합병 뒤 주가가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산 날짜가 다가온 스팩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피합병 기업 가치를 높게 쳐주면서 합병 후 주가가 부진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