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기 제조업체인 비상장사 에프엑스기어가 장외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AR 기기 ‘에프엑스미러’의 중국 수출이 올 하반기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코스닥시장 상장 기대까지 더해져 ‘몸값’이 3년 새 두 배로 높아졌다.

[장외주 탐방] AR 기기 제조업체 에프엑스기어, 중국 공략 강화… '몸값' 3년 새 두 배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제품 수출

에프엑스기어가 2015년 3월 선보인 에프엑스미러는 사용자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몸에 맞는 옷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게 해주는 AR 기기다.

최광진 에프엑스기어 대표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옷 주름까지 자연스럽게 구현될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된 기기”라며 “가상의 옷을 입은 모습을 녹화해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프엑스기어는 에프엑스미러 없이 휴대폰만으로 간단히 가상 피팅을 해볼 수 있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핏앤샵’도 올초 공개했다.

이 회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중 한 곳과 에프엑스미러 납품을 협의하고 있다. 에프엑스기어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제품 판매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에프엑스기어는 2016년 매출 106억원, 영업이익 7억원을 거뒀다. 중국 업체에 에프엑스미러 납품이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세 자릿수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기관들, 잇단 러브콜

에프엑스기어는 내년을 목표로 코스닥시장 기술 특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 특례 상장은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과 순이익 등 코스닥 상장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외부 검증을 거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에프엑스기어는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의 기술성 평가에서 AA등급(10개 등급 중 상위 2위 등급)을 받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 특례 상장을 한 기업 중 AA등급을 받은 기업은 많지 않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에프엑스기어는 오는 26일 자산운용사 한 곳과 개인투자자 한 명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다. 신주 발행가는 4만원이다. 이 회사가 2015년 2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을 때 신주 발행가가 2만원이 채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새 몸값이 두 배로 뛴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설 장외주 거래 사이트에서 에프엑스기어 주식은 4만원에 매수 호가가 나오고 있다”며 “매수 호가와 발행주식(약 320만 주)을 고려한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13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증권사와 벤처캐피털 등 3~4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최 대표는 “증자를 통해 조달한 돈은 AR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