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자금조달에 한창입니다. 4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올 상반기에만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8000억원 이상을 마련할 전망입니다. 이 회사가 자금 확보에 분주해지자 중소 증권사들도 바빠졌습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재무구조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조달 작업을 맡기를 주저하자, 이 기회를 살려 이 회사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중소 증권사들이 아시아나항공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입니다. 대형 증권사들의 지배력이 강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중소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7월)과 한화투자증권(10월)이 잇달아 이 회사 채권발행 주관을 단독으로 맡았습니다. 이전까지 중소 증권사가 KB증권이나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사와 손을 잡지 않고 혼자서 아시아나항공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올 들어서도 중소 증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발행한 635억원어치 기업어음(CP) 대부분이 신영증권 케이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중소 증권사들의 손을 거쳐 시장에 나왔습니다. 한화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KB증권과 함께 지난 2월 아시아나항공의 15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주관을 맡았습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추진 중인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주관을 맡고 있는 곳도 중소형사인 케이프투자증권입니다. 이 증권사는 아시아나항공에 먼저 CB를 활용한 자금조달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500억원 이상의 투자수요가 모이면 CB를 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CB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 채권입니다.

중소 증권사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모시기’에 나서는 것은 지금이 이 회사를 핵심고객으로 만들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조달을 맡는 것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가 모이지 않으면 팔리지 않은 물량을 주관사가 떠안아야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도가 떨어져 과거보다 투자수요를 모으기가 쉽지 않아져서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총 차입금은 4조485억원에 달합니다. 2015년부터 쭉 4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객·화물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2736억원)이 전년보다 6.7%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차입금 상환부담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 이 회사 신용등급을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떨어뜨렸습니다.

투자자 모집이 예전보다 어려워지긴 했지만 중소 증권사들에게 아시아나항공은 여전히 매력적인 고객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다 매년 적지 않은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하고 있어서입니다. 상황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면 나중에 ‘보답’ 차원에서 더 많은 일감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영증권은 과거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고안해 두산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도운 이후, 두산 계열사들이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할 때 꾸준히 주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기업이 어려울 때 자금조달을 도와주면 훗날 관계를 더 돈독해져 해당기업을 장기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20일에는 1년6개월 만기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500억~600억원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에 발행계획을 알리고 주관사를 맡을 곳을 찾고 있습니다.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다수의 중소 증권사들이 이번에도 주관사가 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김진성 증권부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