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지난해 발행한 60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를 당분간 조기상환하지 않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재무] 현대상선, 6000억 영구CB… 당분간 조기상환 안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3월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 CB에 붙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적어도 올해 안에는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사는 채권을 발행한 시점으로부터 1년 후인 지난 9일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졌다. 영구 CB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증권이다. 일정 시점부터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도 있다.

IB업계에선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CB를 발행한 현대상선 관점에서 당장 조기상환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9월 말 441.4%였던 부채비율을 연말 298.5%로 떨어뜨리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아직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낼 만큼 수익구조가 좋아진 상황은 아니다. 2016년(8333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40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번 영구 CB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동출자해 세운 한국선박해양이 모두 사들였다. 해운업 지원을 목적으로 인수한 만큼 한국선박해양도 조기상환을 압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투자에 적잖은 자금이 들어가는 것도 상환 시점을 미루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4000억원을 친환경 컨테이너선 구매와 국내외 항만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금액은 차입금 상환과 용선료 지급, 연료 구매 등에 쓰기로 했다.

현금 유출 최소화를 위해 지난해 말 콜옵션 행사가 가능했던 일반 영구채 200억원어치도 조기상환하지 않았다. 연 7.05%였던 해당 영구채 이자비용은 조기상환 시점이 지남에 따라 연 9%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이번에 조기상환이 가능해진 영구 CB도 발행 5년이 지난 2022년 3월부터 금리가 연 3%에서 6%로 상승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