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8일 오후 4시11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출주들이 주도한 작년 유가증권시장에서 의류업체 F&F는 내수주 중 가장 돋보이는 종목이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인기몰이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미국발(發) 증시 조정을 거치면서도 F&F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F&F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하면서 늘어난 현금성 자산을 물류센터 신축 등 대규모 투자에 쓰고 있다. 해외 영토 확장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선 F&F의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디스커버리' 대박에… F&F, 영업익 2배 '껑충'
◆꺾이지 않는 상승세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F&F는 100원(0.23%) 오른 4만36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714억원으로, 1년 전(4142억원)보다 62.09% 증가했다. F&F는 올 들어 3.9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상승률 1.07%)보다 많이 상승했다.

[마켓인사이트] '디스커버리' 대박에… F&F, 영업익 2배 '껑충'
최근 1년 새 F&F의 시총이 급증한 건 실적 개선 덕분이다. F&F는 작년에 매출 5605억원, 영업이익 981억원을 올렸다. 2016년과 비교해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115.9% 늘었다. ‘1등 공신’은 디스커버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의 58.87%에 달하는 3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F&F가 2012년 도입한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롱패딩 열풍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뛰었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실탄’도 넉넉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유동금융자산 포함)은 530억원으로 2016년 말(99억원)보다 5배 이상 늘었다. F&F는 서울 가산동에 보유한 부동산을 컴퓨존에 5월까지 매각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금성자산이 연말까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넉넉한 현금으로 설비투자도 늘리고 있다. 올해 말까지 407억원을 들여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신축한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F&F는 지난해 9월 홍콩법인을 세워 28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회사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MLB’ 해외 판매를 위해서다. F&F는 올해 말까지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에 MLB 매장 11곳을 출점시킬 계획이다. 올해 330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F&F의 성장세를 이끄는 건 오너 2세인 김창수 사장이다. F&F는 삼성출판사가 이름을 바꾼 엔에스에프에서 2002년 인적 분할돼 출범했다. 엔에스에프의 패션부문과 출판부문이 쪼개져 각각 F&F, 삼성출판사로 신설됐다.

이때 김봉규 삼성출판사 창업주의 차남인 김 사장이 F&F를, 형인 김진용 삼성출판사 사장이 삼성출판사를 맡았다. 김창수 사장은 F&F 지분 45.01%를 보유한 이 회사 최대주주다.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뛰어난 성과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87년부터 베네통, 레노마스포츠, 시슬리, 디스커버리 등 도입하는 패션 브랜드마다 ‘대박’을 내 업계를 대표하는 ‘미다스의 손’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운영하는 비상장사 (주)에프앤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김 사장과 그의 가족이 이 회사 지분 99.83%를 쥐고 있다. 화장을 지울 때 쓰는 ‘클린잇제로’ 등 히트상품을 앞세워 2016년에 전년 대비 19.69% 증가한 3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5년 F&F 자회사로 출범한 이 회사는 창립 초기 실적이 들쭉날쭉하자 F&F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매각했다. 김 사장이 사재를 털어 F&F로부터 에프앤코를 매입해 부활시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