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성과가 회사에 맡겨두는 것보다 근로자가 운용과정에 참여했을 때 더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 운용책임을 회사가 갖는 확정급여(DB)형과 근로자가 쥐고 있는 확정기여(DC)형의 수익률 차이가 최대 3%포인트 이상 났다.

작년에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주식형펀드 투자 비율이 DB형보다 높은 DC형 가입자가 유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DB형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95%를 은행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넣어 1%대 수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퇴직연금 운용, 작년 수익률 보니… 최대 3.29%p 차이
◆수익률 격차 확대

13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전년보다 14.6% 늘어난 16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DB형이 110조9000억원(65.9%)으로 가장 많았고, DC형(42조2000억원·25.1%)이 뒤를 이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립금 규모는 15조3000억원(9.0%)이었다.

은행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업권별 상위 각 3개 퇴직연금 사업자(적립금 규모 기준)의 성과를 집계한 결과 DC형의 운용수익률이 DB형을 앞섰다. 은행의 DB형 수익률은 1.33~1.46%로 DC형(2.08~2.17%)보다 낮았다.

증권업계에서는 DB형(1.78~1.90%)과 DC형(4.48~5.19%)의 격차가 최대 3.2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3%포인트 이상의 수익률 격차는 매우 큰 편이라는 게 퇴직연금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업계에서도 DC형 수익률이 DB형보다 1%포인트 높았다.

과거 3년과 7년간 수익률을 따져봐도 DC형이 나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7년간 두 유형의 수익률 격차는 약 0.3%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수익률 격차는 0.5%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수익성 갈라

퇴직연금이 담는 예금 채권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은 작년에 평균 88.1%에 달했다. DB형은 이 비중이 더 높았다. 적립금의 94.6%가 원리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에 들어갔다.

DB형이 투자한 상품 중에서 주식형펀드와 같은 실적배당형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현금 등 대기성 자금으로 갖고 있는 돈(2.0%)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증시가 달아올랐는데도 DB형 수익률이 1%대에 머문 배경으로 꼽힌다.

DC형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7.1%로 DB형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류두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연금솔루션센터 팀장은 “DB형을 관리하는 퇴직연금 운용 담당자는 위험회피 성향이 매우 높아 은행예금을 선호한다”며 “반면 DC형에 가입한 근로자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경향을 보여 수익률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에는 주식시장이 6년간의 박스권 장세를 뚫어내면서 DC형 수익률이 높아졌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 초기에 은행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퇴직연금용 예금상품 금리를 높여줬지만, 지금은 일반 정기예금과 금리 차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등의 금리 인상 추세로 앞으로 예금 비중이 높은 DB형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회사에서 투자위원회를 조직해 합리적인 자산배분 노력을 기울여야 성과가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목표수익률과 자산배분, 허용위험한도 등이 담긴 투자정책서 도입을 제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