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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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북미정상회담의 길이 열렸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우려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투자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9일 오전 11시1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19포인트(1.45%) 오른 2468.27을 기록 중이다. 이날 2440선을 회복하며 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북미정상회담 기대감에 상승폭을 확대해 한때 2476.43까지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18억원, 3183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항구적인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오는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관련 불확실성 요인이 산적한 만큼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대북 리스크 이슈 발생 시 (대북 관련) 정치적인 사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길지 않았다는 점을 경험했다"며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요인이나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통상 증시보다 외환 및 채권시장이 대북 관련 지정학적 이슈에 민감한데 이날 해당 시장에서 나타난 변화가 크지 않아 (증시에도) 단기 호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한 투자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이날 국내 증시 상승은 전날 3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끝나고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던 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최근 미국 증시 회복 등의 요인이 크다"며 "미국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남아있지만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세도 진정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대북 특사의 방북 결과가 예상을 웃도는 성과"라며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 해소를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매우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올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 수순을 밟는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윤 센터장은 기대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할인 요인이 해소 수순을 밟을 경우 삼성전자 등 업종 대표주에 관심가질 것을 주문했다.

윤 센터장은 "증시 재평가 국면에서는 삼성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들이 유리해 보인다"며 "가치주 개념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북 리스크 관련) 위험이 완화되면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될 전망인 만큼 미디어를 비롯한 중국 관련주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실적 측면에서도 관심종목으로 꼽혔다. 디스플레이 부문 부진 우려로 1~2월 주가 흐름이 부진했지만 관련 우려가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박 센터장은 "지금은 이벤트보다 실적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등 실적 개선주 주가가 급등했는데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도 사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