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까지 됐다가 최근 무산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다시 추진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전날 금융회사, 노동단체, 각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기금형 퇴직연금제 도입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부가 기금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다음달 국회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올해 안에 법제화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을 회사에만 맡기지 않고 노사가 함께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해 운용 방향과 자산 배분 비율 등을 결정하도록 한 제도다. 퇴직연금의 운용주체가 기업에서 별도로 설립된 수탁법인으로 바뀐다.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제도에 따르면 회사는 임의로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퇴직연금 운용계약을 맺는다. 노동조합 등 근로자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기금형 퇴직연금제 도입이 추진되는 이유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대로 낮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사 측이 근로자의 퇴직금 원금을 날릴 것을 우려해 예금 등 안전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에 돈을 넣어두는 사례가 많다.

기금형 퇴직연금제가 도입되면 퇴직금 주인인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운용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보다는 목표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호주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최근 수년간 연 6%대로 한국보다 높다. 노동부는 4년간 기금형 퇴직연금제 도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입법예고까지 마쳤으나 지난 1월 더 준비할 게 필요하다며 갑작스럽게 철회했다.

정부의 기금형 퇴직연금제 재추진에 자산운용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 시대가 열리면 도입 첫해 전체 퇴직연금 시장(약 170조원)의 10% 정도인 17조~20조원이 기금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도가 도입되면 가장 먼저 기금형 퇴직연금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