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펀드 인기가 뜨겁다. IRP는 근로자의 퇴직금을 퇴직계좌에 적립해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표적 절세 금융상품으로 통상 연말에 투자금이 늘었다가 연초가 되면 자금이 빠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올해엔 두 달 만에 1조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작년부터 가입 대상이 확대된 데다 수익률도 뚜렷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자 일찌감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분석했다.
두달 새 1조 몰린 IRP 펀드… 수익률도 선방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규모로 운용되는 430개 퇴직연금 펀드의 설정액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조333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은 작년 10월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11조8054억원까지 불어나 12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올 들어 한 달 평균 순유입액은 5167억원으로 작년 월평균 순유입액(1404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퇴직연금 펀드가 연초부터 인기를 끄는 것은 이례적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작년 1월엔 퇴직연금 펀드에서 232억원이 빠져나갔다. 연말정산하는 시기에 납입액을 늘려 세금을 더 많이 환급받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연말에 자금 유입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인기가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절세 혜택을 보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자금이 더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작년 7월 IRP 가입 대상을 공무원, 사립학교 교사, 군인 등으로 넓혔다. 가입 대상이 늘어나자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증권업계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부문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IRP 가입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퇴직연금 펀드 성적도 좋다. 2016년 연간 1.10%에 그쳤던 수익률이 지난해 7.04%로 개선됐다.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작년 한 해 상승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27% 하락하는 등 조정장이 나타났지만 퇴직연금 펀드는 0.13%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가 1.71%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퇴직연금 펀드 가운데 최근 5년 기준 장기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피델리티퇴직연금글로벌’이다. 최근 5년간 74.71%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를 가리지 않고 투자금을 배분한다.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운용 전략이다. 자체 포트폴리오 규정에 따라 특정 자산이나 국가에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한다.

배당주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높은 장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영퇴직연금배당’은 최근 5년 기준 58.85% 수익을 올렸다.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최근 5년 수익률 37.58%), ‘NH-아문디 퇴직연금 고배당’(33.34%) 등도 높은 수익을 거뒀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좋았다. ‘삼성퇴직연금GREATCHINA’ ‘미래에셋퇴직플랜아시아퍼시픽’ ‘슈로더차이나퇴직연금밸런스드’ 등이 최근 5년간 3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IRP는 주식형 펀드 등 위험 자산 투자 한도가 최대 70%다. 류두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연금솔루션센터 팀장은 “퇴직연금은 오랜 기간 운용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펀드를 고르는 게 유리하다”며 “가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신흥국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였다가 은퇴가 다가올수록 안정성이 높은 채권혼합형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