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요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가 ‘2등주의 저주’에 빠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등주의 저주란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 시총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특정 기업이 시총 2위에 오른 시점을 전후로 주가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현상을 말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총 ‘넘버 2’에 오른 뒤 9만300원까지 상승했다가 10%가량 빠진 8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총 2위에 오른 뒤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은 2000년부터 되풀이돼 왔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인터넷 통신망과 휴대폰 보편화로 수직상승했던 SK텔레콤은 2000년 하반기부터 코스피 시총 2위 기업이 됐다. 하지만 주가는 2000년 2월 50만7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날 23만원대다.

포스코도 2등주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이 회사 주가의 전성기는 2007년이었다. 전년까지 20만원대였던 주가는 글로벌 경기 호황과 함께 치솟기 시작해 2007년 10월2일 76만5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2008년 10월24일 23만4500원까지 떨어졌다.

2011년 상반기 포스코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오른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2012년 5월4일 27만25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15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2007년 시총 2위였던 풍력발전기 부품 생산기업 태웅과 CJ오쇼핑(2012~2013년), 파라다이스(2014년)의 주가가 당시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현상이 주도 업종의 주가 사이클과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총 2위에 오르기 위해선 기업의 견실한 실적과 성장성,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수세(수급)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2등주에 오른 뒤 차익실현 물량이 흘러나와 수급 여건이 악화되고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업종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시점에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높게 매겨 주가가 오버슈팅(일시적 급등락)한다”며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를 맹추격하고 있는 셀트리온도 2등주로 올라서면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한 펀드매니저는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주 상승세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주도주가 정보기술(IT)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으로 넘어간 것처럼 새로운 주도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