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들, 조정장서 분할매수로 수익 창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고 있지만 주식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은 여전합니다. 증시 조정을 경기 확장 국면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패닉’으로 보고 오히려 투자를 늘린 사례가 많았습니다.”

조영순 NH투자증권 홍제지점 WM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초의 급락장에서 매입단가를 낮추려고 주식 비중을 늘린 투자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을 상승장 중간에 나타나는 단기 조정으로 보고 주식을 살 기회로 삼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로벌 경기 확장에 대한 확신이 고액자산가들이 주식 투자를 늘린 배경이다. 조 팀장은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릴 것이란 전망 때문에 증시가 주춤했지만 금리를 올린다는 건 경기가 좋다는 신호”라며 “평소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망설였던 4차 산업혁명 관련 해외 주식을 매수할 때 아니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고액자산가들은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확신이 있어도 무리한 ‘베팅’은 삼간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부자들은 은행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원금 회피를 극도로 꺼린다”며 “주식을 살 때는 분할매수하고 어느 정도 오르면 욕심내지 않고 차익을 실현해 적은 수익률을 차곡차곡 쌓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성향의 고객에게 조 팀장은 ‘스마트 인베스터 전략’을 활용한 상품을 주로 권한다. 스마트 인베스터 전략은 주가가 떨어질 때 매수 금액을 늘리고 오를 때는 줄여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법이다. 지수 변동폭만큼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처음에는 전체 자금의 20%만 주식을 산다. 지수가 하락하면 미리 설정한 비중만큼 분할매수 금액을 늘린다. 반대로 지수가 오를 때는 일정 비중만큼 분할 매수 금액을 줄인다. 4% 수익이 나면 주식투자 비중을 다시 20%까지 줄이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조 팀장은 “심리 영향을 받지 않고 기계적으로 분할 매수, 매도하는 전략”이라며 “상승장에선 물론 지수가 횡보할 때도 수익률을 쌓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로는 ‘NH-Amundi Allset 스마트인베스터5.0분할매수’ ‘키움 SmartInvestor2배분할매수’ 등이 이 같은 전략으로 운용된다.

조 팀장이 관리하는 고객 자산은 900억원가량이다. 수천만원을 맡기는 직장인부터 수백억원을 굴리는 고액자산가까지 다양한 투자자를 관리한다. 그는 “부자들의 재테크엔 특별한 점이 있다”고 했다. 조 팀장은 “개인 큰손들은 다양한 투자 경험이 있어 자신이 변동성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투자가 실패하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왜 안 됐는지 파악하려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사모상품인 헤지펀드보다는 공모펀드나 ETF 투자를 주로 권한다.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꿰고 있어야 투자가 실패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액자산가들은 사모펀드를 선호할 것’이란 통념과는 다르다. 조 팀장은 “ETF는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고 공모펀드는 3개월 뒤면 어디에 투자했는지 볼 수 있다”며 “헤지펀드는 포트폴리오 확인이 어렵고 운용 방식이 복잡한 펀드도 여럿이어서 잘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식 채권 등 전통 투자자산 외에 주목할 만한 틈새 상품으로는 캐나다 리츠를 꼽았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신탁을 만들고,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려면 거금이 들지만 리츠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조 팀장은 “선진국 리츠에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연 7~8%가량의 배당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오피스와 주거시설 등 수백 개 부동산을 편입하고 있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