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기준금리를 네 번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몇 달간 미국 경제가 더 좋아졌다고 진단하면서다.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며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경기 호조세가 여전히 강하고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에 힘을 싣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이후 경제상황이 더 진전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를 반영해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장중 0.05%포인트 오른 연 2.92%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지수는 1.16%, S&P500지수 1.27%, 나스닥지수는 1.23% 하락했다.

28일 아시아시장에서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44%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동반 순매도로 1.17% 내린 2427.36에 마감해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11원50전 급등한 달러당 1082원80전을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27일(현지시간) 의회 증언은 지난 5일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그는 3월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각 위원들이 감세 등 미 연방정부의 재정 부양조치 등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금리 인상 전망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당초 세 차례로 제시한 올해 중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네 차례로 바꿀 가능성을 묻자 “예단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뉴욕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했다. ING은행은 3월 FOMC에서 연내 네 번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간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올해 네 번, 내년 네 번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존 전망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전일 대비 0.55% 올라 90.37을 기록한 배경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증시가 크게 조정을 겪은 데 대해 “최근 시장 변동성 중에도 금융시장은 질서정연하게 작동했다”며 “현 시점에서 변동성이 경제활동과 노동시장 및 물가 전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가 앞으로 2년은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서 사들여 4조5000억달러로 급증한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보유자산을 지난해 10월부터 줄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Fed의 적절한) 보유자산 기준은 2조5000억~3조달러가 될 것”이라며 “상황이 크게 나빠지는 경우에만 MBS를 다시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관련, “효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낮은 법인세는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임금을 상승시키는 기업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적자에 대해선 “때가 되면 언제나 부채한도를 높여왔다”며 “우리는 지속 가능한 재정 경로를 유지해야 하고 바로 지금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강영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