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료나 접착제 원료로 쓰이는 에폭시수지 제조 기업 국도화학이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부품기업 동일기연이 국도화학 주식을 잇따라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7.10%까지 늘리자 국도화학 오너 일가가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사주 사들이는 국도화학 오너가… 동일기연 지분확대 견제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도화학은 자사주 10만 주를 사들이기로 하고 매입을 시작했다. 취득은 오는 5월19일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도화학은 이날 6만1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로 계산한 매입대금은 총 61억원 규모다. 공시한 만큼 주식을 사들이면 이 회사 자사주 지분율은 2.48%에서 4.20%로 늘어난다. 국도화학은 작년 9월19일부터 12월18일까지 지분 2.48%(14만4289주)를 사들였다.

이 회사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건 2005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공식적으로는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샀다고 발표했지만 속내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공동대표인 이삼열 회장과 이시창 사장 부자(父子) 등이 지분 23.98%를 보유하고 있다. 국도화학 주요 주주는 신도케미칼(지분율 20.0%), 이 회장(1.72%), 이 사장(2.25%) 등이다. 화학약품 업체인 신도케미칼 주식은 이 사장(75.88%), 이 회장(16.44%) 등이 들고 있다. ‘이 회장 부자→신도케미칼→국도화학’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손동준 동일기연 대표와 특수관계인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국도화학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지분을 7.10%까지 늘렸다. 이들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국도화학 오너 일가는 지분율이 20.0%대로 비교적 낮아 손 대표의 지분 매입 행보를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유사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등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이 회장을 비롯한 국도화학 오너 일가는 2012년 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전 최대주주는 일본 신일철주금이었다. 신일철주금은 1972년 국도화학을 세운 뒤 이 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세워 경영 전권을 부여했다.

신일철주금은 지금도 이 회사 지분 22.38%를 보유 중이다. 신영자산운용(9.60%) 베어링자산운용(7.23%) 등도 지분을 5.0% 이상 쥐고 있다. 동일기연과 기관투자가가 합종연횡하면 경영권을 언제든 흔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게 투자은행 업계의 시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