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로서 역대 최대인 1조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KDB생명도 3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의 2021년 도입을 앞두고 자본 감소가 불가피한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적극 활용해 자본금 확충에 나서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말 이사회 최종 승인을 거쳐 10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 주관사는 JP모간 메릴린치 등이 맡는다. 한화생명은 앞서 지난해 4월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 두 곳에 신용등급 예비평가를 의뢰해 A1 등급을 받았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과 같은 높은 신용등급이다.

KDB생명도 UBS와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키로 했다. KDB생명은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해 역마진 구조가 심화된 데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매각 과정에서 영업망이 붕괴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3000억원 증자를 통해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충분치 않아 이번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을 더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과 흥국생명도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해외에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교보생명이 연 3.95%, 흥국생명이 연 4.47%였다. 한화생명의 작년 국내 발행금리는 연 4.58%로 이보다 다소 높았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처럼 매년 확정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하지만, 만기가 길고 자본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한 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보험사들은 발행할 수 있을 때 신종자본증권을 최대한 발행하는 게 RBC비율 하락을 막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만기가 길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지훈/유창재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