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9일 오후 2시36분

홈화면 꾸미기, 기념일 설정 등 커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응용프로그램) ‘비트윈’ 개발회사 브이씨엔씨는 2016년 초 해외에 진출하는 데 투자 유치가 필요했다. 마침 브이씨엔씨 주주였던 캡스톤파트너스는 산업은행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유치 데모데이 행사인 ‘KDB넥스트라운드’의 파트너사였다. 데모데이는 벤처투자자가 모인 자리에서 스타트업이 투자유치 목적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행사다.

[마켓인사이트] 한국형 '유니콘' 육성 나선 산업은행, 연 300개 스타트업 지원한다
이 인연을 계기로 넥스트라운드 무대에 선 브이씨엔씨는 미래에셋벤처투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에서 70억원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넥스트라운드는 벤처캐피털(VC)이 이미 투자한 기업 중 유망주만 올라온다고 입소문이 나 VC 심사역의 관심이 집중된 덕분이다.

산업은행은 신설한 혁신성장금융본부를 통해 올해부터 넥스트라운드사업을 강화해 한국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초기 투자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기업이 주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제 설립 초기는 물론이고 이미 투자를 유치해 성장한 벤처기업도 넥스트라운드에 참가할 수 있다. 또 기업 외 대학, 연구소, 대기업 스핀오프 기업 등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 참여를 유도해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행사 자체도 주 2회에서 3회로 늘려 연간 300개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산업은행의 직접 투자를 포함해 2000억원 규모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달 안에 열릴 새로운 넥스트라운드의 첫 무대에는 공유 제조공장 운영을 추진 중인 엔피프틴(N15)과 무선인터넷 기반 차량(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오비고(OBIGO)가 새로운 넥스트라운드의 첫 번째 무대에 선다. 국내 유명 VC 대표와 기업벤처캐피털(CVC) 관계자 등이 참석해 이 스타트업의 사업 계획을 듣고 질의응답을 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2016년 8월부터 넥스트데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데모데이는 많이 열리는 편이지만 ‘대표 브랜드’가 없어 참여하는 벤처투자자가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넥스트라운드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행사여서 호평을 받았다. 국내 VC 심사역 1000명 중 70%가량이 넥스트라운드 기업 정보를 받아볼 정도다.

지난해 말까지 넥스트라운드에 오른 스타트업은 총 372개로, 이들은 산업은행의 직접투자 350억원을 포함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넥스트라운드에 참여하는 투자업체도 2016년 말 128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202개로 늘었다. 2016년 9월 넥스트라운드에 오른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원투씨엠은 SK텔레콤에서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모바일 도장(圖章)을 개발한 이 회사는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